야구만큼 기록이 많이 등장하는 종목이 또 있을까. 팀 성적은 각종 데이터가 쌓여 만들어진 기록의 성. 개인과 팀 기록이 전부 녹아 들어가 있다. 이 기록들을 뜯어보면 팀의 성격, 팀의 특성, 맨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록이 모든 걸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일정한 공식, 패턴을 알려준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는 선발투수에게 주어진 기본 임무. 퀄리티스타트의 가치 평가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늘었지만, 일반적으로 퀼리티스타트는 선발투수의 호투와 부진을 가르는 기준점이다. 그런데, 퀄리티스타트는 얼마나 팀 승리로 이어질까.
24일 현재 9개 구단 중 퀄리티스타트가 가장 많은 팀은 의외로 NC 다이노스다. 61경기에서 34번이나 퀄리티스타트가 나왔다. 61경기에서 16번에 그친 한화 이글스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나머지 8개 팀 보다 1명이 많은 3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 덕을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시즌 초반에만 해도 NC 외국인 투수들은 어려움이 컸다. 변칙 투구동작을 지적받기도 했고, 낯선 한국리그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수비실책과 주루미스가 속출했던 시즌 초반 어수선한 팀 분위기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NC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면서, 이들도 금방 팀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반면, 마운드 전체가 붕괴상황인 한화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 상황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넥센 히어로즈다. 26차례 퀄리티스타트가 나왔는데, 이중 21번(5패)을 승리로 연결시켰다. 승률 8할8리다. 올시즌 히어로즈의 승률은 5할8푼6리. 사실 히어로즈의 퀄리티스타트 수는 팀 성적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다. 프로야구 최강의 원투펀치로 평가를 받았던 브랜드 나이트, 밴헤켄의 위력이 지난해 보다 떨어진다. 또 지난달 말부터 선발투수진이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큰 구멍이 생겼다. 그래도 시즌 전체로 보면, 히어로즈는 확률 높은 경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퀄리티스타트에서 승률이 높다는 건 유리한 분위기를 확실하게 좋은 쪽으로 끌어갔다는 방증이다.
퀄리티스타트 상황에서 9개 구단 모두가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는데, NC와 LG 트윈스, 한화는 5할대 승률에 그쳤다. LG의 경우 최근 불페의 힘이 많이 올라왔지만, 세 팀 모두 전반기 허약한 불펜 때문에 선발투수의 호투를 승리로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5회, 7회까지 리드하고 있을 때 승률 또한 히어로즈가 단연 1위다. 5회까지 리드한 24경기에서 23승1무, 7회까지 앞섰던 23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승률 100%다. 경기 중반 이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히어로즈는 확실하게 지키는 야구에 성공했다. 불펜진을 효율적으로 가동했을 뿐만 아니라, 타선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또한 7회까지 앞선 27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이길 수 있는 경기,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확실하게 이기는 팀이 강팀이라는 걸 보여준다. 반면, SK 와이번스는 7회까지 리드하던 23경기에서 5번이나 역전패를 했다. 승률 7할8푼3리로 가장 낮았다.
1점차 승부의 최강자는 롯데 자이언츠다. 1점차로 승패가 갈린 22경기에서 15승7패, 승률 6할8푼2리를 마크했다. 삼성(8승4패·6할6푼7리)과 히어로즈(9승6패·승률 6할), KIA 타이거즈(6승5패·승률 5할4푼5리)가 뒤를 따랐다. 이들 네 팀 모두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SK는 1점차 승부에서 5승11패로 승률 3할1푼3리에 그쳤다. SK의 뒷심부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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