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철이 비장한 표정으로 섰다. 그리고는 볼을 주시했다. 왼발로 감아찼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상대 수비벽을 넘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이었다.
볼의 궤적을 확인한 홍 철은 벤치로 달려갔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서있었다. 달려가던 홍 철은 서 감독의 품에 안겼다. 뭔가 엉거주춤했다. 그러더니 뒤에 있던 고종수 코치와도 포옹했다. 서 감독과의 포옹보다 더욱 뜨거웠다. 수원은 1골-2도움을 기록한 홍 철의 활약에 5대4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엉거주춤 포옹'의 진실이 밝혀졌다. 경기 후 홍 철은 "사실 프리킥골을 넣고 난 다음에 고종수 코치를 보고 안길 생각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딱 앞에 서 감독님이 웃으면서 서 있었다. 안기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엉겁결에 안겼다. 그 이후 고 코치와 포옹을 나누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 코치는 현역 시절 왼발 프리킥의 마법사로 불렸다. 매일 팀 훈련이 끝나면 고 코치는 홍 철을 불러 프리킥 비법을 전수한다. 홍 철로서는 고 코치 덕에 프리킥이 한결 날카로워진 셈이다. 홍 철은 "고 코치로부터 프리킥을 많이 배웠다"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딱 하나 애교섞인 불만은 있었다. 염기훈(경찰)과의 비교였다. 홍 철은 "매번 연습할 때마다 고 코치는 '(염)기훈이 들어오면 너는 찰 것도 없다. 그때까지 배우기나 해두라'면서 괜스레 농담을 던진다"며 "그래도 꿋꿋이 연습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이날 홍 철은 처음으로 측면 공격수로 뛰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수비력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원형 탈모증까지 걸렸다. 올라오니까 수비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측면 공격수든 측면 수비수든 어느 자리에서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A대표팀 승선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없다. 우리 팀에서 잘하다보면 다른 것은 따라온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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