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가 부활했다.
박지성(32)이 21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의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AC밀란(이탈리아)과의 2013~2014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예선 플레이오프 1차전을 통해 PSV에인트호벤에 복귀했다. 2005년 5월 30일 가졌던 빌렘과의 암스텔컵(FA컵) 이후 3006일, 8년 2개월여 만에 에인트호벤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지성의 기용에 끝까지 신중했던 필립 코쿠 감독이 내놓은 자리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였다. 당초 왼쪽 측면이나 중앙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였으나, 코쿠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하지만 2003~2005년 에인트호벤에서 뛰던 시절이나 A대표팀에서 오른쪽 측면 자리를 맡아본 경험이 있는 박지성에게 무리가 갈 만한 선택은 아니었다. 박지성의 멀티 플레이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 코쿠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조합이었다. 다른 측면도 있다. AC밀란의 왼쪽 측면은 아약스에서 활약하다 이적한 어비 에마누엘손이 지키고 있는 자리였다. 기존 에인트호벤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에마누엘손을 상대하기엔 베일에 쌓인 박지성이 안성맞춤의 카드였다.
이날 경기 전반전에서 박지성은 폭넓은 활동량을 선보였다. 오른족 측면 뿐만 아니라 중앙으로 수시로 자리를 바꾸면서 원톱 팀 마타브즈와 왼쪽 측면의 맴피스 데페이에게 찬스를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수비 전환 과정에서도 오른쪽 풀백 자리까지 내려가면서 AC밀란 공격수들을 막는 역할을 했다. 맨유 시절 명성을 떨쳤던 활발한 움직임이 그대로 재현됐다.
동료와의 호흡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전반 7분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의 오른발슛으로 연결된 패스는 걸작이었다. 아크 정면에서 패스를 받은 박지성은 AC밀란 수비수가 따라붙는 점을 간파하고 2선 침투하던 바이날둠에게 힐킥으로 패스를 연결했다. 득점과 다름없는 찬스였다. 전반 24분엔 AC밀란 수비진 3명 사이를 뚫고 페널티에어리어 내로 진입하다 쓰러졌으나, 터키 출신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에인트호벤 팬들의 야유가 필립스 스타디움을 흔들었다. 박지성은 전반 막판 데페이와 자리를 바꿔 왼쪽 측면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AC밀란의 공세 속에 찬스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에인트호벤은 한 번의 실수로 AC밀란에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14분 오른쪽 측면 돌파를 지켜보는 사이 문전 정면으로 침투하는 엘샤라위를 놓치고 말았다. 에인트호벤이 리드를 내주면서 박지성의 활약도 빛이 바랬다. 분위기 반전이 박지성의 후반전 임무가 될 것이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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