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십(2부리그)에서의 환희는 허상이 아니었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무난한 데뷔전에 이어 인상적인 두 번째 경기를 소화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김보경은 25일(한국시각) 홈구장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후반 44분까지 소화했다. 이날 경기서 김보경은 팀이 기록한 동점골과 역전골의 시발점 역할을 하면서 EPL 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웨스트햄전과 맨시티전의 역할은 확실하게 구분이 됐다. 웨스트햄전에서 중앙 미드필더이자 2선 공격수로 실질적인 공격 리더 역할을 했다면, 맨시티전에선 수비의 첨병으로 활약했다. 전반전에는 맨시티의 공세에 맞서 전방 압박에 주력하는 동시에 카운터 기회를 만드는 일선에 섰다. 웨스트햄전에서 선보였던 안정된 볼키핑과 매끄러운 연결은 그대로였다.
후반 초반 터진 맨시티의 선제골은 김보경이 보다 공격적인 활약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꼴이 됐다. 수비에 주력하던 김보경은 선제골 실점 뒤부터 웨스트햄전과 마찬가지로 팀 공격의 전면에 서면서 패스 줄기 역할을 했다. 결국 카디프의 동점골과 역전골 시발점 역할을 했다. 후반 14분에는 맨시티 수비수 3명이 둘러싸고 있는 중원에서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드리블, 수비수 한 명을 더 따돌리고 크로스를 연결했다. 문전 쇄도하던 프레이저 캠벨의 슛이 맨시티 골키퍼 조 하트의 선방에 막혔으나, 재차 쇄도한 애런 군나르손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슛을 마무리 하면서 동점이 이뤄졌다. 자신감을 얻은 김보경은 후반 19분 맨시티 공격을 가로채 가랑이 사이로 패스를 연결하는 여유까지 선보이며 홈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역전골의 시발점 역시 김보경이었다. 후반 33분 역습 찬스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크레이그 벨라미에게 패스를 연결, 코너킥을 유도해냈다. 이 코너킥이 캠벨의 역전 헤딩골로 연결이 되면서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일부 아쉬움도 있었다. 전반전 역습 기회에서 촘촘하게 선 맨시티 수비수 사이에서 공간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보경의 판단이 느렸다기 보다 동료들이 공간을 제대로 찾아 들어가지 못한 면이 더 컸다. 오히려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패스를 살리거나 파울을 얻어내는 모습에 좀 더 눈길이 갔다.
맨시티전을 계기로 김보경의 팀 내 입지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주전 입지를 굳히긴 했다. 그러나 웨스트햄전에 이어 맨시티전까지 EPL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만큼, 당분간 주전 자리를 지키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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