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0월, 전라남도 강진에 마련된 NC의 첫 훈련장. 캠프가 시작된 지 하루만에 NC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처음 모인 NC 선수들 속에서 빨간색 라인이 들어간 SK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가 있었다. 한 NC 관계자는 그를 보더니 "내야 수비도 나쁘지 않고. 발이 참 빠르네"라고 평했다. NC의 내야수 이상호(24)는 그렇게 세번째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이상호는 NC의 대주자 요원이다. 흔히 발이 빠른 선수에게 주어지는 임무. 지난 4월 말 잠시 주전 2루수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모창민의 복귀 이후 내야가 재편되면서 일주일 만에 다시 대주자 요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주자로 투입돼 결승타를 친 다음날인 지난 14일 한화전서 모처럼 선발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래도 다시 기회가 왔다. 지난 20일 두산전부터 5경기 연속 주전 2루수로 뛰었다. 18타수 6안타로 성적도 좋았다. 리드오프 김종호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뤄 이 기간 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상호에 대해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매번 대주자 요원으로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감독 입장에선 경기 막판 1점 승부에서 주루플레이를 할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호는 주루플레이를 정말 잘한다. 하는 것에 비해 기회를 많이 주지 못했다. 장점이 있으니 계속 뒤에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상호에게 NC는 세번째 프로팀이다. 2010년 롯데, 2011년 SK에서 신고선수로 뛰었다. 정식선수 전환 없이 2군에서 보낸 1년, 돌아오는 건 차가운 방출 통보 뿐이었다. 모든 구단은 매년 선수단을 정리하게 되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신고선수들은 퇴출 1순위에 오르게 된다. 이상호 역시 그랬다.
SK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며칠 뒤, 이상호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최일언 NC 투수코치였다. 최 코치는 SK에 몸담았다 NC로 팀을 옮긴 상황이었다. 추후에 NC에 합류한 이광길 주루코치가 최 코치에게 '괜찮은 선수'라고 귀띔을 해줬다. 이상호는 "테스트 한 번 받아봐라"는 말에 곧바로 SK 유니폼과 훈련복을 챙겨 전남 강진으로 향했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 NC 선수들과 함께 뛴 지 열흘. 이상호는 그들과 같은 NC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야구 인생의 세번째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이상호는 힘들 때마다 그때를 회상한다. 그는 "그때 테스트가 없었다면 난 이 자리에 없었다. 지금도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마다 SK에서 나와서 처음 강진에서 뛰던 생각이 난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좋게 봐주신 코치님들 덕분이다. NC는 나한테 영광이고, 좋은 행운이다"라고 털어놨다.
첫 1군. 프로 생활은 벌써 4년째지만 1군에서 뛴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주전 기회는 많이 잡지 못했지만, 1군에 오니 모든 게 달랐다. 이상호는 "사실 신고선수로 뛸 땐 1군에만 올라오면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 했다.
1군에 오니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배울 게 천지였다. 하나하나 머리 속에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호는 조금씩 자기 것을 만들어갔다. 오랜 벤치 대기가 그를 바꿔놓았다.
덕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니, 많은 게 달랐다. 그라운드 안에서 뛸 때 느끼지 못했던 여러가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든 시간이 공부였다.
이상호는 "남들은 타석에서 투수랑 싸운다고 하지만, 난 투수의 퀵모션을 뺏는 걸 연구했다. 1회부터 벤치에서 항상 상대 투수를 본다. 주자가 나갔을 때나 평소의 습관을 유심히 관찰한다. 대주자로 나가 몇 번 뛰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더라"며 웃었다.
26일 현재 도루 21개로 이 부문 공동 10위.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주전급임을 감안하면, '대주자 이상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실패는 단 2개에 불과하다. 언제나 확률 높은 게임을 하는 것이다.
캠프 때부터 한 가지 장점만 있어도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빠른 발이 그를 1군 선수로 만들었고, 이젠 주전 선수들을 위협하는 강력한 백업멤버가 됐다.
주장 이호준은 얼마 전 이상호에게 "상호야, 올해 한 번도 2군에 안 내려갔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해줬다. 아무리 대주자 요원이라지만, 1군 데뷔 첫 해에 풀타임 1군 멤버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세번째 야구 인생은 성공적이다.
아직은 확실한 주전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호는 NC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이상호는 "사람인데 주전 욕심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가 어떤 건지 안다. 팀이 승리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며 "여전히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이든 뒤든 나가서 열심히 할 뿐이다. 부상 없이 1군에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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