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은 언제 가장 안좋은 평가를 받을까. 일단 경기에 투입되자마자 무더기 안타를 얻어맞아 대량 실점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나쁜 평가를 받을 때는 정작 따로 있다. 바로 무의미한 볼을 남발할 때다.
대다수 지도자나 투수코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차라리 정면승부를 하면 수비가 타구를 처리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다가 설령 안타를 맞아 점수를 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피하가면서 볼넷을 남발하는 것은 차마 두고볼 수 없다".
투수들에게 볼넷은 이런 맥락에서 홈런보다 더 피해야만 하는 기록이다. 제구력이 그만큼 안좋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볼넷이 많아지면 다른 수비수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누상에 주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수비 부담이 커지게 되고, 또 수비 시간 자체도 늘어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증가하는 원리다. 이런 장면이 반복될수록 팀이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떨어지고, 사기 역시 저하된다.
이같은 부정적 연쇄반응이 최근 KIA 경기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무의미한 볼넷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비단 최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올해 KIA가 몰락하게 된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볼넷의 남발'이다. 특히 불펜진에서 이런 장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KIA가 본격적으로 하향국면에 빠져들기 시작한 7월부터 최근까지 KIA 불펜진은 총 81개의 볼넷을 쏟아냈다. 이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그러다보니 평균자책점(4.93) 역시 가장 안좋았다. KIA 불펜진이 허용한 볼넷은 리그 1위 삼성에 비해 22개나 많았다. 특히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 1위(3.16)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SK 불펜이 허용한 볼넷(40개)에 비하면 2배 이상 많았다.
그러다보니 KIA는 경기 후반, 본격적으로 힘을 쏟아야 하는 승부처에서 늘 약했다. 7월1일부터 9월1일까지 2개월간 치른 37경기에서 무려 12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 또한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패전수다.
불펜이 볼넷을 많이 허용하게 되면 야수들은 금세 지친다. 불펜이 투입되는 상황 자체가 경기 중후반이다. 한창 집중력을 끌어올렸던 순간에 허무한 볼넷으로 주자가 늘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그리고 이로 인해 수비 시간이 늘어나게 될 때 그라운드의 수비진은 허탈함에 젖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떤 투수든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마음먹은 대로 공을 던질 수 있을 만한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한 마운드에서의 투지가 부족한 것도 볼넷 남발과 관련이 있다. 현장 지도자들이 늘 투수들에게 "맞서 싸우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타자와의 승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야 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KIA의 2013시즌은 실패로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도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올해 나타난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불펜진의 제구력 안정화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볼넷은 결국 팀을 무너지게 하는 치명적 독소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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