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쩌면 오늘 못 갈수도 있겠는데?"
16일 아침. 인천공항 출국게이트 옆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은 물에 파란 잉크를 풀어놓은 듯 청명했다. 이륙하기에는 최적의 날씨. 공항에 모여든 여행객들의 표정에는 새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가 묻어난다.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 선수단도 마찬가지. 이날은 임달식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일본 시즈오카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날이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 내줬던 '왕좌'를 되찾기 위한 첫 관문이다. 선수단의 표정에 훈련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출발이 계속 지연됐던 것. 인천공항 하늘의 상태는 청명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문제는 도착지인 일본 시즈오카의 날씨가 엉망이었던 것. 일본 동쪽 해상에서 북상하던 제18호 태풍 마니가 이날 시즈오카쪽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항공편 이착륙에 큰 어려움이 생겼다.
급기야 시즈오카행 항공편 출발 시각이 원래 예정(오전 9시20분)보다 2시간 뒤로 미뤄졌다. 이 결정이 6시쯤 내려지는 바람에 멀리 숙소에서 단체로 이동을 해 온 신한은행 선수단은 꼼짝없이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왕 온 김에 공항에서 아침도 먹고, 약간의 쇼핑도 하고. 2시간쯤은 기다릴 만 한 시간이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난 오후 11시경. 다시 2시간이 또 뒤로 미뤄졌다. 태풍은 이미 일본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시즈오카 지역 대기 상태가 불안정했던 것이다.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결국 항공사는 오후 1시20분으로 출발 시간을 다시 조정했다.
결과적으로 신한은행 선수단은 인천공항에서 무려 4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2시간은 버틸 수 있지만, 대기가 4시간으로 늘어나면 피로가 몰려올 수밖에 없다. 전날까지도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한데다 전지훈련 짐도 싸고,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던 선수들의 표정에 허탈함과 피곤함이 묻어나왔다.
피곤하고 초조하기는 임달식 감독도 마찬가지다. 출발 시각이 자꾸 미뤄지면 예정된 훈련 스케줄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아침에는 아예 비행기가 못 뜰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나마 일본 현지쪽 말을 들어보니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더라. 저녁때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인천공항 출국장을 부지런히 오갔다.
다행히 더 이상의 지연은 없었다. 오후 1시20분, 드디어 시즈오카행 비행기가 이륙했다. 신한은행의 전지훈련도 이 순간 함께 시작됐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담긴 의미가 매우 크다. 오랫동안 여자프로농구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거센 도전에 무너졌다. 우리은행을 이끈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모두 신한은행 출신으로 임 감독의 휘하에 있었다.
그래서 2013~2014시즌에는 명예 회복이 최우선과제다. 실추됐던 '최강'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임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 거는 기대가 크다. 비록 국가대표팀에 소집되는 바람에 팀의 간판인 최윤아와 김단비가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단은 28일까지 강도높은 훈련을 치를 예정이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이번 시즌부터 코치로 합류한 김지윤 코치가 임 감독의 강도높은 훈련을 보좌한다. 마치 지난 시즌 전주원 코치가 우리은행에서 했던 역할을 맡게되는 셈이다. 김 코치는 시즈오카 도착 첫날부터 선수단의 야간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또 신한은행은 한국인 안덕수 코치가 있는 샹송화장품과도 당장 17일부터 실전 연습경기를 치르며 경기 감각을 조율하게 된다. 4시간의 출발 지연 정도는 신한은행의 '패권 회복'의 굳은 결의 앞에선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시즈오카(일본 시즈오카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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