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 그가 왜 2013 포스트시즌 LG의 희망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LG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선두 삼성과의 경기에서 7대5로 신승, 정규시즌 1위 타이틀 획득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LG는 이날 승리로 삼성과의 승차를 0.5경기로 줄였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패했다면 2.5경기로 승차가 벌어질 뿐 아니라 삼성의 매직넘버가 단숨에 2로 줄어들 뻔 했다. 사실상 삼성의 우승 확정 경기가 되는 경기였다.
한국시리즈 분위기를 방불케 했던 경기. 많은 선수들이 수훈갑이었지만 역시나 승리의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는 선발 류제국이었다. 기록은 평범했다. 5이닝 3실점. 투구수 조절에도 실패하며 5이닝 동안 무려 101개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 중요한 경기에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내용이 좋았니 안좋았니, 구위가 어땠느니에 대한 논의는 필요치 않은 결과물이다. 적어도 어제 경기 만큼은 그랬다.
이 경기로 확실해진 부분이 하나 있다. LG의 포스트시즌 1선발에 대한 것이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수도, 플레이오프나 준플레이오프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각 시리즈에 맞는 선수 운용이 필요하다. 그 중 변하지 않는게 있으니 첫 번째 시리즈 첫 경기 선발이다. 단기전에서는 상대에 대한 기선제압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역대 모든 팀들이 가장 뛰어난 투수를 시리즈 첫 경기에 출격시켰다.
사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1선발 후보로 거론된 선수는 부동이었다. 외국인 에이스 리즈가 확실해보였다. 성적이 월등하지는 않지만 빠른 공을 가지고 있어 상대를 압박하기에 제격이고, 지난 3년간 에이스로서 LG 마운드를 잘 지켜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기 막판부터 류제국의 이름이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했다. 류제국은 삼성전 승리 포함, 후반기 7연승의 무서운 질주 중이다. 단순히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다. 웬만해서는 공략하기 힘든 지저분하고 강한 직구 구위와 흔들리지 않는 제구가 류제국을 춤추게 했다. 큰 경기에도 긴장하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도 가을야구용이었다.
물론, 류제국도 기계는 아니었다. 삼성전에서 야구선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본인은 평소 스타일대로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누가 봐도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표정도 그랬고,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 제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류제국이 7개의 볼넷을 내준 경기는 여지껏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긴장은 누구나 한다. 이날 삼성전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경기와 같은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긴장을 했다고 해서 류제국을 부족한 투수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그 긴장 속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주목해야 한다. 위기를 맞아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제 컨디션을 찾았다. 2회초 1사 만루 상황서 나온 수비가 압권이었다. 의도치 않게 글러브에 맞은 것일 수도 있지만, 다음 동작에서 차분하게 글러브 토스를 성공시키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LG가 이 위기를 넘기며 사실상 겨기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평소 경기 전 실시되는 글러브 토스 훈련을 대충 하는 투수들이 꼭 보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 장면이기도 했다.
결과론적으로, 이날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성공을 했으니 류제국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 미리 치른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등판 때 삼성전 경험을 떠올린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경기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최근 들어 리즈의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큰 경기에서 제구 난조를 보이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사구 논란 이후 심리적으로도 위축된 모습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포스트시즌 1선발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말을 아껴왔다. 이제 슬슬, 1선발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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