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의 흙을 따로 좀 퍼가야 할까봐."
수 십년에 걸쳐 타이거즈의 영광과 좌절이 교차했던 공간이 이제 곧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 대부분의 순간을 함께 했던 KIA 선동열 감독의 눈빛에도 만감이 교차한다. 특히 그라운드 한복판에 봉긋하게 솟아있는 마운드는 선 감독에게 있어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지금의 모든 명예를 일궈낸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2일 SK전을 앞두고 광주구장을 바라보는 선 감독은 "이제 이곳 무등야구장도 오늘까지 3경기만 하면 끝이다"라며 아쉬워했다. 현재의 광주구장은 내년부터 KIA가 쓰지 않는다. 대신 2014시즌부터는 좌측 외야 뒤쪽에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새로운 야구장인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홈경기를 치르게 된다. KIA 챔피언스 필드는 올해 12월에 완공된다.
KIA는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사용해 온 무등야구장과의 이별식을 일찌감치 화려하게 준비하고 있다. 4일 광주 넥센전을 앞두고 '무등야구장, 그 역사의 현장에 타이거즈가 함께합니다'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32년 간 무등구장에서 땀과 눈물을 쏟아내며 영욕의 순간을 함께 보낸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을 모두 대상으로 한 이별식이다.
이러한 행사를 앞두고 있는 선 감독은 무등구장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KIA 타이거즈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엄청난 영광을 누렸던 공간이자 감독으로서 2012년 금의환향한 뒤에는 성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곳이기 때문.
선 감독은 "선수 시절 때는 거의 모든 영예를 이곳 무등구장에서 누렸는데 감독이 돼서는 그런 모습을 재현하지 못해 아쉽고, 팬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면서 "그런 무등야구장과 이별한다니 무척 아쉽다. 최종전 행사 때 마운드의 흙이라도 따로 담아 보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선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때와 현재 마운드의 흙은 전혀 다르다. 무등구장이 그 사이 천연잔디에서 인조잔디로 바뀌었다가 또 다시 천연잔디로 바뀌면서 흙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 감독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무등구장 마운드의 흙을 따로 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마치 일본 고교야구선수들이 전국대회인 고시엔 대회에 출전한 뒤 돌아가기에 앞서 내야 흙을 소중하게 퍼담는 행위와 비슷하다.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고시엔 구장은 일본 고교야구선수들에게는 '성지'와 같다. 가슴속에 모두 '고시엔 출전'이라는 꿈을 품은 일본의 야구소년들은 난관을 뚫고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돌아갈 때 꼭 고시엔 그라운드의 흙을 소중히 담아간다. '다시 돌아오겠다'든가 '꿈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행위다.
선 감독이 무등구장 마운드의 흙을 따로 보관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이런 면에서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무등구장 마운드와 이별하기에 앞서 그 소중했던 추억을 따로 보관하는 동시에 현역 시절의 영광을 다시 감독으로서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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