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박성호(31·포항)가 돌아왔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어김없이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9월 한 달에만 5골을 몰아치며 포항의 살림꾼 역할을 했다. 5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수원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에선 1-2로 팀이 뒤지던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터뜨려 무승부를 이끌어 냈다. 지난달 14일 제주와의 FA컵 4강전 역전 결승골까지 더하면 한 달간 포항이 치른 6경기서 6골을 기록했다. 지난 8월까지 리그 22경기에서 3골-1도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골폭풍'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다.
지난 시즌에도 박성호는 가을에 기지개를 폈다. 포항 이적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전반기 19경기에서 단 1도움에 그치면서 '먹튀'라는 달갑지 않은 비난에 휩싸였다. 그러나 후반기 19경기에서는 9골-7도움으로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여 포항 공격의 축으로 떠올랐다. 경남과의 2012년 FA컵 결승전에선 연장 후반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황선홍 포항 감독에게 지도자 인생 첫 타이틀을 선물했다. '가을 전어'라는 별명은 이 시기에 얻은 것이다.
사실 그동안 박성호는 '부진한 공격수'의 대명사였다. 1m87의 당당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찬스를 날리면서 패배의 주범으로 몰렸다. 네덜란드 간판 공격수 뤼트 판니스텔로이와 비슷한 체격조건임에도 결정력은 현격히 차이가 난다며 팬들로부터 '박니'라는 부끄러운 별명까지 들었다. 2008년 대전으로 이적한 뒤 골 감각에 눈을 뜨는 듯 했으나, '박니'라는 꼬리표는 계속 박성호를 따라 다녔다. 황 감독이 지난해 박성호를 영입할 때만 해도 우려의 시선이 대다수였다. 전반기 극도의 부진을 보이자 '먹튀'라는 손가락질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황 감독의 조련을 받은 뒤 박성호는 프로 데뷔 12년 만에 최다 공격포인트(9골-8도움)를 기록하며 날아 올랐다. 두 자릿수 득점을 하는 다른 팀의 화려한 킬러에 비해선 두드러지진 않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는 플레이와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리는 결정력은 포항의 최선봉에 서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을 전어'라는 별명에 대해 박성호는 어떻게 생각할까. "시즌 내내 잘 해야 하는 만큼 '가을'이라는 단어가 아쉽긴 하지만, 내 실력을 인정 받는 만큼 기분 좋은 별명이다." 그는 "봄, 여름을 거쳐 찾아오는 가을이 시기적으로 몸이 가장 잘 풀리는 시기"라면서 "멀티골을 넣으면서 자신감이 붙고, 주변의 칭찬도 이어지다보니 계속 좋은 활약이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황 감독 역시 "후반기에 잘 하는 이유가 나도 궁금하다. 체력이 좋기 때문에 여름이 지나면 페이스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은 수원과 무승부에 그치면서 3달 만에 다시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다른 팀보다 2경기를 더 치른 터라 상위권 수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가을 전어' 박성호의 힘이 절실한 순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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