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두산의 '해결사'는 백업의 서러움을 가슴에 품은 최준석(30)이었다. 가슴 속의 아쉬움을 토해내듯 휘두른 최준석의 방망이 끝에서 뿜어져나온 순백의 실선이 목동구장 백스크린에 꽂혔다.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짓는 호쾌한 결승 솔로홈런이었다.
최준석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3회초 선두타자 이종욱 타석 때 대타로 등장했다. 그러더니 볼카운트 3B1S에서 넥센 강윤구의 5구째를 받아쳐 중월 솔로홈런(비거리 125m)을 터트렸다. 이는 준플레이오프에서 6번째, 포스트시즌 통산 18번째로 나온 대타 홈런이었다. 3-0으로 앞서던 9회말 2사 후 박병호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으며 물거품이 되는 듯 했던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 꿈을 다시 살린 극적인 결승 솔로홈런이기도 하다.
그간 벤치를 지키며 억눌렀던 최준석의 아쉬움이 이 한방에 모두 담겨 있었다. 1m85/115㎏의 거구를 자랑하는 최준석은 장타력이 일품인 타자다. 그렇다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 '3할-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0년이 최고의 전성기였다. 127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1리에 22홈런 82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장타력의 원천인 육중한 체구가 서서히 독이 돼 몸에 쌓였다. 타격 시 몸의 중심을 지탱해주던 왼쪽 무릎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원래 2007년에 한 차례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3년 여 동안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다보니 다시 탈이 생겼다. 2011시즌 통증을 참고 124경기에 나와 타율 2할7푼1리에 15홈런 75타점으로 분투했지만, 결국 시즌 종료 후 수술이 불가피한 지경이 됐다.
하지만 최준석은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때마침 가장이 되면서 2012시즌에 대한 각오가 남달랐던 것. 그러나 결국 2012시즌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그해 10월 왼쪽 무릎에 다시 칼을 댔다. 수술대에 오를 때 최준석은 내심 2013시즌에 명예회복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최준석이 재활을 마치고 복귀하자 지명타자 자리는 올해 친정팀 두산에 복귀한 홍성흔이 지키고 있었고, 1루수는 오재원과 오재일이 먼저 점령한 상태였다. 자연스레 최준석은 대타 요원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아픈 몸을 치료하고 왔더니 정작 나갈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홍성흔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준석이가 시즌 내내 나한테 한 말이 '아프지 않아요? 아프면 좀 쉬어요'였다. 얼마나 뛰고 싶었으면 그랬겠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친한 선배인 홍성흔에게 농담식으로 한 말이지만, 그 속에 최준석의 아쉬움이 진하게 담겨 있었다.
그래도 최준석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결국 준플레이오프 5차전 극적인 결승홈런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회심의 한 방으로 두산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최준석은 경기 후 기자단 투표에서 총 68표 중 35표를 얻어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되는 기쁨까지 얻었다. 서러움을 견디며 실력을 갈고닦은 최준석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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