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노경은은 한마디로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가 쓰러지면 두산으로서는 대책이 없었다.
넥센과의 5차전 혈투.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유희관과 니퍼트라는 훌륭한 선발 자원을 잃어버렸다. 무조건 노경은은 5회 이상을 버텨줘야 했다.
사실 두산은 2차전 선발도 이재우와 핸킨스라는 가장 약한 선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 노경은이 무너진다는 것은 1, 2차 모두 LG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았다. 즉 플레이오프 형세 자체가 두산에게는 극히 불리해 진다는 의미였다.
포스트 시즌은 당연히 극심한 부담을 안는다. 하지만 노경은의 중압감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박용택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이병규(7번)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공 3개만에 벌어진 일.
노경은이 못했다기 보다는 LG 박용택의 노련함이 있었다. 노경은은 2구째 커브를 던졌다. 150㎞를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예리한 포크볼, 슬라이더를 장착하고 있는 노경은이다. 당연히 LG 타자들에게는 노경은의 구종에 대해 입력이 돼 있었다.
노경은 입장에서는 LG 타자들의 의표를 찌르는 커브를 언제 던지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2구째 커브를 박용택은 노련한 타격으로 안타를 만들어냈다.
당연히 순간적으로 노경은의 집중력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찰나의 아쉬움속에 무심코 던진 초구를 이병규를 밀어쳐 투런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진 않았다.
6이닝 4피안타 2탈삼진을 기록하며 2실점. 선발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힘이 넘치는 LG 타자들의 예봉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88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뒤 노경은은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LG 관중석에서는 바뀐 투수 "홍상삼"을 연호했고, 두산 관중석에서는 불안감이 표출됐다.
그동안 홍상삼의 들쭉날쭉한 경기력도 원인이 있지만, 노경은의 투구가 그만큼 위력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이날 노경은은 38개의 패스트볼과 35개의 포크볼, 그리고 8개의 커브를 던졌다. 커브의 비율이 평소보다 늘었다.
이 점은 노경은이 더욱 안정적인 에이스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구력이 불안한 노경은은 느린 커브를 던지면서 투구 밸런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다.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등판한 투구내용이라 더욱 놀랍다. 노경은은 포스트 시즌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더욱 안정적인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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