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차전 승리에 기분좋은 희망까지 얻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엑스맨으로 전락했던 홍상삼. 본연의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홍상삼의 7회 등판은 1차전을 넘어 시리즈 전체를 고려한 두산 벤치의 승부수였다. 3-2 살얼음판 리드. 사실 홍상삼이 한점차 리드를 3이닝 동안 지켜낼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관중석 반응도 싸늘했다. 7회 등판하자마자 폭투성 공을 남발하던 홍상삼. 1사 후 윤요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자 김진욱 감독이 뛰쳐 나갔다. 교체도 예상됐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뚝심있게 홍상삼 카드를 밀어부쳤다. "공이 좋으니 네 투구만 해라"라는 말만 전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진욱 감독의 믿음. 1루측 LG 팬들이 신났다. 홍상삼이 계속 던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무섭게 환호하며 '홍상삼'을 연호했다. 3루측 두산 응원석은 조용했다. 홍상삼으로선 굴욕적인 장면. 하지만 그는 남달랐다. "예상했다. 올 시즌 중에도 한번 그랬던 것 같다. 롯데 응원석의 '마~' 응원 같이 그냥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무덤덤도 이쯤되면 갑이다.
어쨌든 김 감독 방문 이후 홍상삼은 감독 말대로 자기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손주인에게 빠른 공을 던져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하며 순식간에 7회 위기에서 벗어났다. 8,9회도 삼자범퇴. 3이닝 동안 9타자를 맞아 무안타 무실점. 33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이닝 당 11개의 투구수. 공격적이었다. '홍상삼'을 연호하던 LG 응원석이 침묵 모드로 바뀌었다.
두산 벤치의 홍상삼 베팅.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산 불펜에 홍상삼만큼 강력한 공을 뿌릴 수 있는 필승조 투수는 한명도 없다. 홍상삼 포기는 곧 불펜 믿을맨 없이 플레이오프를 치른다는 의미. 밥 먹듯 완투했던 최동원 시절이 아닌 한 필승 불펜 없이 시리즈를 가져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제구가 가끔 오락가락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황당 투구를 할 때가 있어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안 쓸 수가 없는 투수. 눈 딱 감고 던진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
백조 변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홍상삼의 역투. 두산으로선 세가지 면에서 반갑다. 우선, 홍상삼 본인이 준플레이오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 둘째, 호투가 이어질 경우 니퍼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니퍼트에 대해 아직까지 '선발 or 불펜' 여부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상황. 홍상삼의 역투는 니퍼트의 최적 활용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 세번째는 LG와 전력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점. 두산은 LG에 비해 수비와 주루가 뛰어나다. 선발은 엇비슷. 하지만 불펜의 힘이 현저하게 못 딸린다. 홍상삼의 정상 궤도 진입은 마운드 불균형을 줄일 수 있는 호재다.
일석이삼조의 가능성을 내포한 홍상삼 살리기 프로젝트. 자칫 플레이오프가 '홍상삼 시리즈'로 흐를지도 모르겠다. 1차전 호투 속에 본인도 해법을 찾은듯한 느낌. 지나친 정교함 추구보다 가운데 보고 강하게 던지는 것이 홍상삼 스타일이다. "너무 컨트롤을 잡으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안좋았다.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엘지도 성급했지만 나도 급했다." 홍상삼은 올시즌 LG에 강했다. LG 상대로 7경기 14⅓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은 1.88. 그는 "LG전엔 마치 홈 같은 느낌으로 던지니까 잘되는 것 같다. 엘지 타자들이 컨택을 잘하는 타자들이 많아서 내가 불리한 것 같은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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