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파죽지세의 두산. 주포 김현수는 크게 웃을 수 없었다. 두번의 스테이지를 뚫고 올라온 팀에 자신은 정작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는 마음.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5타수1안타(0.067),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0타수2안타(0.200)로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몸상태도 최악이었다. 고질인 발목 통증에 플레이오프 때 충돌로 허벅지 부상까지 입었다. 아픈 티조차 낼 수 없는 절박함.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현수는 고심 끝에 변화를 택했다.
그 첫 단계, 손가락 보호를 위해 착용하던 골무(손가락 링)와의 이별이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 오재일의 충고가 있었다. "제가 2009년부터 손가락에 골무를 끼고 쳤었어요. 그런데 재일이 형이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빼고 쳐보면 왜 그걸 빼야 하는지 알거라며 권하더라고요. 그래도 왠지 어색해서 못 빼다가 오늘 어차피 못치는거 한번 안끼고 쳐보자하고 뺐거든요. 그런데 그 느낌을 알겠더라고요. 이제 평생 못 낄 것 같아요." 타격 순간 무언가 손에 걸리적 거리던 느낌이 싹 사라진 듯한 개운한 느낌. 봉인이 풀린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1차전 첫타석부터 강렬한 타구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안타는 5회 쐐기 홈런 1개였지만 모든 타구가 중심에 맞을 정도로 질이 좋았다. 풀릴 듯 풀릴 듯 안풀리던 가을 야구의 해답을 찾아낸 셈. 포스트시즌을 넘어 골무와의 이별은 김현수의 타격에 터닝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골무를 본격적으로 끼기 시작한 2010년부터 김현수는 4할 기대감을 갖게할 정도의 고공 타율을 잃어버렸다. 2008, 2009년 2년 연속 3할5푼7리를 기록했던 그는 2010년부터 3할대 초반 타율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0.291)도 기록했다. 작은 변화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다. 타이밍 조정이었다. 살짝 당겼다. "게임하기전 연습부터 그동안 쳐오던 타격폼과 조금 다르게 연습했어요. 타이밍을 빨리 잡는 느낌으로 다리도 좀 더 넓게 벌리고 오른 다리도 높게 들지 않으려 했어요. 타이밍이 늦는 것보다는 빠른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성치 않은 몸으로 악전고투하던 김현수. 과감한 변화가 벼랑 끝 초조함에 몰린 그에게 동앗줄 같은 강렬한 빛을 던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부활한 김현수. 한국시리즈 판도에 심상치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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