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강철 테크니션' 조찬호(27)가 주춤하다.
3달 넘게 공격 포인트와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7월 31일 강원과의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조찬호는 13경기 째 공격포인트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기록은 9골-1도움에 멈춰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력, 감각적인 슛을 앞세워 강철군단 포항의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전반기 모습과 확연히 대비된다. 선발 출전 횟수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9월 8일 전북전부터 이어진 8경기 중 선발로 나선 경기는 단 2경기 뿐이다. 아홉수에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
프로데뷔 5년차인 조찬호는 올 시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주전으로 본격 발돋움한 2011년엔 공격 포인트로 연결되는 시발점 역할을 하는 '언성 히어로'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이윽고 찾아온 부상에 쓰러졌고, 지난해 초반까지 후유증은 이어졌다. 후반기부터 살아난 컨디션은 올 시즌 전반기에 절정에 달하면서 그라운드에 활화산처럼 분출됐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조찬호 이명주 황진성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라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 8월 페루와의 친선경기에는 홍명보호 2기에 발탁되어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손에 쥐기도 했다. 하지만 거짓말 같은 추락에 그라운드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태극마크의 추억은 팬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가장 가까이서 조찬호를 지켜본 황 감독이 내놓은 해답은 '진화'다. "자기 자신을 뛰어 넘는 강인한 모습이 필요하다." 조찬호가 가진 기량은 인정하지만, 매 시즌 한계를 넘지 못하는 상황을 아쉬워 하고 있다. 당근 대신 채찍을 꺼내들었다. 그는 "감독 입장에서 선수를 불러 직접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이겨내야 할 문제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치는 것과 두 자릿수의 벽을 뛰어 넘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조)찬호 본인이 벽을 넘어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찬호의 축구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m70의 작은 체구를 가졌으나 빠른 발과 개인기로 수비를 헤집었다. 대학교 3학년 근육파열 부상을 피나는 재활로 이겨냈다. 선택받은 유스들의 집합소인 포항에서 드래프트를 거쳐 주전으로 발돋움한 몇 안되는 선수다. 지난해에는 좌측 정강이 비골 골절로 4개월을 쉬었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날아올랐다. 올 시즌 후반기 시련은 그동안 자신이 이겨온 문제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 조찬호라는 이름 석 자는 다시 그라운드 위에 찬란히 빛날 것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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