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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선수]'리듬체조요정'신수지,공부를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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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대학원생' 신수지의 노트는 반듯했다. 또박또박 필기한 노트를 펼쳐들며 미소지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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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2·세종대 대학원)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 리듬체조 최초로 자력 본선행을 이뤘다. 손연재의 길을 한발 앞서 걸어간 리듬체조 스타는 2년 전 스무살의 나이에 전격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열어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해피타임(MBC)' MC로 1년 가까이 활약중이다. 패션업체와 함께 '신수지백'도 출시했다. 취미로 볼링 골프 승마를 즐긴다. 현역시절 세계를 놀라게 한 신수지의 전매특허, '일루션 시구'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소개될 만큼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여자 동호인 야구팀 '떴다볼'의 멤버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공부'다. 세종대 대학원에서 2학기째 '열공중'이다. 그녀의 수업 현장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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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신수지, 공부하기로 결심하다

신수지의 대학원 수업은 금요일에 몰려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통계학, 운동생리학, 스포츠문화사 3과목, 3시간짜리 강의가 연속으로 이어진다. 낮 12시 30분 운동생리학 수업이 열리는 강의실 101호, 신수지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섰다. "돈가스를 '폭풍흡입'하고 왔어요. 그나마 교수님이 점심시간을 양해해주셔서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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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는 광저우아시안게임 이듬해인 2011년부터 공부에 매진해왔다. 아시안게임 직후 받아든 성적표는 충격적이었다. 수업일수가 모자랐다. 무려 3개 과목에서 '펑크'가 났다. 체조대표 출신의 '리듬체조 대모' 이덕분 교수, 서울대 축구선수 출신 명해설가 이용수 교수가 이끄는 세종대 체육학과는 엄격한 학사관리로 유명하다. 공부와 운동을 똑부러지게 해낸 선수 출신 '스승'들은 타협이 없었다. 국가대표 신수지도 예외는 없었다. "교양과목은 그래도 좀 봐주셨는데, 체육 전공과목이 다 펑크가 났더라고요."

신수지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야속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미래를 빨리 준비하게 하는 전화위복이 됐다. 2011년, 3학년이 되면서 신수지는 달라졌다. "공부를 더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학교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펑크난 학점도 다 메웠고요."
 
'세종대 대학원생' 신수지가 검도선수, 축구선수 출신 동료들과 함께 운동생리학 수업을 듣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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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의 인생'보다 '제2의 인생'이 더 길기에

3학년 2학기, 2011년 전국체전 이후 신수지는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스무살은 이른 나이였다. 선수로서의 제1의 인생보다 선수 이후 제2의 인생이 훨씬 길다는 점에 주목했다. "언제든 운동은 그만두게 돼있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은퇴를 서둘렀어요." 소속감을 갖고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 운동만 하다 교실에 들어앉았을 때 처음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좀이 쑤셔서 못 앉아있었어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붓고… .선수때 없었던 열등감도 생기고, 욕심만큼 안되니까 뒤처진다는 느낌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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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학생이 된 지 3년째, 이젠 교실이 편안하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운동생리학이다. "퍼스널 트레이닝 자격증을 따느라 공부한 것도 있고, 운동할 때 느낌을 아니까…." 가장 어려운 과목은 통계학이다. "제가 손만 대면 컴퓨터가 고장나요. 컴퓨터 프로그램도 생소하고, 첫 수업때는 영혼이 없이 멍하게 앉아있었다니까요."

1991년생 신수지는 대학원에서 '인기만점' 홍일점 막내다. 남학생 4명과 함께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쉬는 시간 검도, 축구선수 출신 '오빠'들과 유쾌한 수다를 이어갔다. '학생' 신수지에 대해 묻자 이구동성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뭣보다 성격이 좋다"(전계정·25) "지각도 안하고, 결석도 안하고, 정말 열심히 한다"(박영기·34)_는 대답이 돌아왔다. 운동생리학을 가르치는 송상협 세종대 교수는 "출석부에서 신수지의 이름을 발견하고, 이름만 걸어놓은 건 아닌가 우려했다. 결석 한번 없이, 성실한 자세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인지 수업을 잘 이해한다. 선수 출신들은 남들이 못보는 것을 캐치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이런 부분들이 틀림없이 발전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운동생리학은 신수지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다. 신수지가 송상협 세종대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리듬체조 요정'의 최종 꿈은?

'리듬체조 대모' 이덕분 세종대 교수,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수지를 가르쳐온 김지희 전 대표팀 코치 등은 모두 '공부하는 선수'의 본보기였다.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하셨던 이 교수님은 '한국의 비너르(러시아리듬체조협회장)'라고 할 만큼 대단한 분이자, 저의 '멘토'세요. 김 선생님은 러시아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오셨고, 리듬체조에 발레, 현대무용, 코어트레이닝 등 과학적 훈련법을 도입한 분이죠." 이들을 '롤모델' 삼아 성장해온 신수지에게 공부는 '당위'다.

신수지의 목표는 리듬체조 감독 겸 교수다. 자신의 독보적인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후배들을 위해 일지도 꾸준히 써왔어요.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지도자 겸 교수가 되고 싶어요. 겨울에도 부상 걱정없이 운동할 수 있게, 난방이 잘되는 리듬체조 전용체육관도 짓고 싶고요."

또렷한 꿈을 지닌 '스마트걸' 신수지는 선수때보다 더 열심히 산다. 일주일에 한번씩 영어, 러시아어 개인과외를 받는다. 승마 볼링 야구 골프 등 운동에도 빠져 있다. '194점'이 또렷이 찍힌 볼링스코어 인증샷엔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말마다 여자야구팀 '떴다볼' 훈련도 빼먹지 않는다. "류현진 번호 99번 달았다"며 깔깔 웃었다. "엊그제 장타를 날리다 찢어졌다"며 씩씩하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운동하며, 또다시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새길을 열어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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