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주전은 없다.
안방마님 자리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통해 A대표팀 주전 수문장으로 도약한 정성룡(28·수원)이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팀 성적 부진과 잇단 실수로 압박을 받고 있다. 울산의 선두 수성에 일조하고 있는 패기 넘치는 후배 김승규(23·울산)의 도전을 받고 있다. 정성룡은 지난 12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 A대표팀에 짧게 자른 머리로 입소해 다부진 결의를 드러냈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정성룡과 그라운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입증한 김승규를 두고 주전 경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7월 홍 감독 취임 이후 정성룡이 골키퍼 장갑을 낀 것은 6차례다. 7실점했다. 경기당 평균 1.16골을 허용했다. 초반 두 경기 무실점을 제외하면 7월 28일 일본전부터 지난달 15일 말리전까지 4경기서 7실점(평균 1.75골)을 했다. 김승규는 K-리그에서 빛나는 활약으로 '포스트 정성룡'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0월 A매치 일정을 마친 뒤 울산에서 치른 리그 5경기서 단 1실점 만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인 울산 수비의 덕을 본 면도 있지만, 기량이 상승세인 점은 분명하다.
정성룡은 큰 물에서 논 경험이 풍부하다. 2007년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남아공월드컵을 거쳐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골문을 지켰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수비 조율과 제공권 장악 능력은 넘버원 칭호를 지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실수가 나오며 순간 반사신경이나 경기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들린다. 김승규는 순간 반사신경과 안정된 볼 처리 능력이 일품으로 꼽히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K-리그를 제외하면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개인 기량만 놓고 보면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정성룡은 "포항전과 같은 실수는 처음 경험했다. 지금은 운동장에서 온 힘을 다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도전자 김승규(23·울산)는 차분했다. "그 상황(정성룡의 실수)이 이해가 된다. (정)성룡이형이 그 경기 말고는 크게 실수한 것이 없다. 경쟁보다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 감독님이 좋게 봐 줄 것이다."
홍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끝까지 훈련을 해봐야 안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면서도 정성룡을 품에 안았다. 거센 외풍에 흔들리는 제자를 보듬어 안았다. 홍 감독은 "정성룡은 아직도 대표팀에서는 중요한 선수다. 그만큼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는 없다. 어떤 선수라도 경기력에는 기복이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무한경쟁의 시대다. 선후배가 없다. 지난 3일 간 그라운드에서 두 선수의 실력을 지켜 본 홍 감독의 선택은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스위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볼 수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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