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기가 죽을까봐 걱정이죠."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말을 아끼려고 했다. 아직 파장이 깊게 남아있는 '오심 파문'의 당사자로서 자칫 말이 잘못 나가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까 우려하는 듯 했다.
그런 추 감독이 23일 고양 LG전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꺼낸 말은 바로 오리온스 선수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오심'으로 인해 SK전 패배를 당한 뒤 선수들이 느낄 피해의식과 좌절감이 자칫 앞으로 계속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명백한 오심으로 4연승의 상승세가 끊기면서 오리온스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LG전에서 내내 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2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LG가 62대59로 간신히 이겼다. 이날 승리로 LG는 11승(6패)째를 거두며 모비스와 함께 공동 2위를 유지했다.
경기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두 팀 모두 슛 성공률이 저조했다. 오리온스는 야투 성공률이 33%에 그쳤다. LG도 47%밖에 되지 않았다. 승리를 거둔 LG 김 진 감독이 "한마디로 졸전이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LG선수들은 문태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고, 오리온스는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문태종의 존재감이 빛났다. 문태종은 3점슛 6개를 시도해 5개를 성공하는 놀라운 슛 감각을 과시했다. 결국 26득점으로 양팀 포함 최다득점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초반에 문태종의 슛이 연이어 터지며 LG가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 막판 무서운 추격세를 보여주며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 53-60으로 뒤지던 경기 종료 25초 전 최진수가 깨끗한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어 종료 13초 전에는 경기 내내 침묵하던 전태풍마저 3점슛을 림에 꽂았다. 오리온스가 순식간에 59-60, 1점차로 LG를 압박했다. 남은 시간 12초면 충분히 역전의 시나리오도 완성될 수 있다.
오리온스는 순리대로 상대 공격 때 파울 작전을 썼다. LG 김시래에게 파울을 하며 자유투 2개를 주고 12초 공격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김시래가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하면서 오리온스의 희망을 앗아갔다. 이어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최진수의 3점포가 빗나가며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아무래도 (오심으로 인한)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는 분발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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