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수원FC 팬들에게는 전설로 기억될 또 한명의 왼쪽 윙백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11년간 수원FC(전신 수원시청 포함)의 수비라인을 지킨 이수길(34)이 주인공이다.
이수길은 2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34라운드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이날 이수길과 오랜기간 손발을 맞춘 베테랑 선수들 위주로 베스트11을 꾸렸다. 동료들은 힘을 다해 이수길의 은퇴를 축하해줬다. 멋진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주장 완장을 찬 이수길은 특유의 견고하고 성실한 플레이로 마지막까지 수원FC의 왼쪽을 든든히 지켰다. 전반 40분을 마친 그는 팬들의 기립박수 속에 경기장을 나왔다. 전반전이 끝난 후 모든 선수들이 모인 가운데 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이수길은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지만, 승리로 마지막을 장식해 기쁘다. 한팀에서 시작과 끝을 했다는 점에서 행복하다"고 은퇴소감을 밝혔다.
이수길은 수원FC의 역사나 다름없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수원FC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 포항에 입단했지만 2군에 머물다 방출됐다. 축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알아보던 중 창단을 준비하던 수원시청의 테스트 기회를 잡았다. 70여명의 경쟁자를 뚫고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연한 기회는 운명으로 바뀌었다. 그는 2003년부터 수원FC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영광과 오욕을 함께 했다. 내셔널리그 통합우승 1회, 내셔널선수권대회 우승 3회 등을 이끌며 수원시청이 내셔널리그의 강호로 자리잡는데 일조했다. 2010년에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와 베스트11에도 선정했다. 총 255경기에 출전해 4골-11도움을 기록했다.
지우고 싶은 기억도 있다. 수원시청은 2007년 11월 울산현대미포조선과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무려 5명이 퇴장당하며 몰수패를 당했다.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었다. 신문 1면에 이수길의 사진이 실리며 주동자로 지목됐다. 그는 "일이 그렇게 커질줄 몰랐다. 상벌위원회만 4번 갔다왔다. 어려움을 이겨내니까 결국 좋은일이 오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은퇴한 지금은 모두 추억으로 남았다.
이수길은 올시즌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수원FC와 함께 프로무대에 서게 됐다.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수길은 "나이가 차면서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이 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프로무대에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수원FC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성대한 은퇴식은 아니었지만 '등번호 6번' 이수길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팬들과 구단 관계자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수길은 수원FC에서 15세 이하 혹은 18세 이하 유소년팀 지도자로 새출발을 한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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