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별명은 '버럭 호철'이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캐피탈을 맡는 동안 치는 호통이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2012~2013시즌 드림식스(현 러시앤캐시)를 맡은 뒤 180도 달라졌다. 호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모기업이 없어 힘든 시간을 보내던 드림식스 선수들을 부드럽게 다독였다. '힐링 호철'로 바뀌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은 다시 현대캐피탈로 돌아왔다. 여전히 부드러운 남자였다. 김 감독 본인도 "팀에서 나가있으면서 배구를 새롭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본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팀이 위기에 처하자 성격을 드러냈다. '독설 호철'이었다. 현대캐피탈은 24일 삼성화재, 28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연달아 졌다. 2경기 모두 0대3 완패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우선 레프트인 송준호와 임동규 앞에 섰다. "너희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선수들은 머뭇댔다. 김 감독은 "레프트가 부족한 우리팀이니까 너네들이 주전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 차례는 세터들이었다. 베테랑 최태웅과 권영민 앞에 섰다. 김 감독은 서슴없었다 "너희들은 정신이 썩었다. 나이만 들어가지고 입만 살았다. 다른 팀의 세터들보다 나은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입에서 "잘한다"는 말을 들은 이는 리베로 여오현과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내 잘못도 크다. 주위에서 1강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 너희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김 감독은 "이제부터는 지면 어쩌지라는 생각보다 이기기 위해 노력하자"고 마무리했다. 삼성화재와의 2라운드 홈경기 리턴매치를 앞두고 선수들의 부담을 줄이고 투지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의 독설은 효과만점이었다.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NH농협 V-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3대1(25-23, 25-21, 24-26, 28-26)로 눌렀다. 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1세트와 2세트 모두 고비에서 집중력을 선보이며 승리했다. 3세트를 내주었지만 4세트에 따냈다.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가 42점을 올리고 송준호가 14점으로 뒤를 받쳤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효과를 봤다"면서 "플레이의 연결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로서는 4세트 26-27 상황에서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삼성화재의 마지막 공격이 현대캐피탈 임동규의 손을 맞고 터치아웃됐지만 심판진은 안맞은 걸로 합의판정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감독이 심판 판정에 대해 말하면 징계를 받는다. 말할 수 없다"면서도 "구단을 통해 한국배구연맹(KOVO)에 공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기본에서 졌다. 4일 아산에서 열리는 우리카드와의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우리카드가 풀세트 접전 끝에 러시앤캐시를 3대2(18-25, 24-26, 25-22, 25-19, 15-13)로 눌렀다. 우리카드는 승점 승점16(6승2패)으로 선두 삼성화재(승점 17) 추격에 나섰다. 개막 후 7연패중인 러시앤캐시는 첫 승에 아쉽게 실패했다.
천안=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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