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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연봉협상, '상생'의 길은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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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KIA, 그다지 '안녕'하지 못하다. 겨울 한파가 빛고을에만 집중적으로 몰아치는 걸까. 여기저기서 "칼바람이 분다"는 소리만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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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날씨 얘기가 아니다. 스토브리그에서 늘상 벌어지는 풍경. 바로 연봉 재계약을 둘러싼 구단과 선수들이 팽팽한 신경전에 관한 이야기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대부분의 구단이 선수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다. 연봉 재계약 협상의 시기이기 때문. 구단과 선수의 성적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삭감 대상자는 물론이거니와 인상 대상자까지도 쉽게 사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가 구단의 성적이 극도로 좋지 않았을 때는 이런 신경전이 한층 커진다. 기본적으로 구단과 선수들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의 KIA가 이렇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 더구나 2013시즌 첫 1군 참가팀인 NC에도 뒤져 8위에 그친 상황. 어떻게든 '지갑'을 닫으려는 구단과 개인적인 성과를 인정받으려는 선수들 사이에서 긴장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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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그룹 종속형 운영의 한계

성적은 프로구단이 가장 지향해야 할 목표다. 마치 수익 창출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구단의 운영 방향은 '성적'에 의해 좌우된다. 좋은 성적을 냈다면 보다 공격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선수들에 대한 포상이나 총 연봉 규모가 커지는 식이다. '지갑'이 통크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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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성적이 나쁜 구단은 소극적인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적자 경영을 한 기업이 비용 절감이나 구조 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것과 흡사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 프로야구단의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구단이 자립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고, 모그룹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단이다. 그러다보니 저조한 성적이 났을 때 모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매년 수 백억을 지출하면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지출 규모를 우선 줄인다. 여기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선수들의 연봉이다. 어차피 구단의 성적이 저조했다면 개별 선수들의 성적도 그리 좋을 수 없다. 성적을 기준으로 매년 연봉 협상을 벌이는 구조에서 이보다 쉬운 '비용 절감'의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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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방법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프로 선수들의 연봉은 곧 그들이 내야할 성적에 대한 기대치다. 그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면, 연봉을 깎는 게 맞다. 프로 선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단호하고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선수들의 정서적 상실감도 고려해야

KIA 구단은 이런 원칙으로 2014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은 사실 팀 성적이 안좋더라도 선수 총연봉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더해 8위까지 추락하다보니 총연봉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올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20% 정도 연봉 규모가 줄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삭감 대상자라고 해도 연봉이 절반으로 깎인다거나 하는 상황은 나오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KIA 선수들도 팀 성적 부진에 따른 연봉 삭감은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그런데 선수들이 서운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작 삭감 보다는 인상에 관련한 부분이다. KIA는 이번 연봉 협상과정에 '신연봉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누적 고과나 연차 등의 기본 요인이 적용됐다면 새 시스템은 모든 고과 점수를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따진다는 것. LG가 몇 년전 도입했던 시스템과 비슷하다.

그런데 선수들은 이 시스템이 아직 낯설다. 연봉 인상대상자의 경우 기대했던 것만큼의 인상액이 아니라 실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더불어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구단이 선수들에게 연봉을 너무 안주려고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은 신상필벌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해달라는 정서적 반응인 셈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이미 시즌 후반부터 충분히 예상됐다. 구단 성적은 물론, 선수 개별로 봐도 뚜렷하게 인상적인 활약을 한 인물이 드물었다. 선수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생계와 직결된 부분이다보니 실제 금액을 확인했을 때의 정서적 동요가 큰 것이다.

KIA 구단이 신경써야 할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협상은 냉정하게 임하더라도 선수들의 식은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통보보다는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새 시스템이 구단 편의적이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올해 삭감된 것만큼 성적이 올랐을 때의 기대치 등을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

구단측은 "충분히 그런 노력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서운한 목소리는 여전히 나온다. 노력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실망감과 상실감은 어차피 구단의 손해로 돌아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들도 구단이 처한 상황을 성숙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그룹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단도 어려운 입장인 것은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선수 위주의 요구만 해서도 곤란하다. 차가운 연봉 협상테이블의 양 끝에 선 KIA 구단과 선수들, 과연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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