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로 마감한 올 해 한국 프로야구. 확실하게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으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선수부터 감독까지 모두가 스타였고, 그들의 한마디에 팬들은 웃고 울었다. 스포츠조선이 2013년에 쏟아진 말 중에서 베스트5를 뽑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①"우린 꼭 앤서니 같애, 깔끔한 게 없어." (KIA 선동열 감독)
KIA는 올 시즌 1군에 처음 뛰어든 막내구단 NC에도 밀려 정규시즌을 8위로 마감했다. KIA의 추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마무리로 전환한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의 부진도 영향을 줬다. 세이브를 기록해도 항상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6월 30일 광주 삼성전을 앞둔 KIA 선동열 감독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있었다. 이용규 양현종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진데다, 2경기 연속 애매한 판정 등이 겹치며 3연패에 빠졌기 때문. 선 감독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팀 상황을 앤서니에 빗대며 답답한 마음을 표시했다. KIA는 당시 삼성과의 3연전을 모두 내주고 4연패를 당했다. 결국 선 감독을 앤서니를 선발로 다시 전환하고자 했으나 실패했고, 7월 24일 퇴출을 결정했다.
②"차종이 내 연봉이랑 안맞아요." (LG 김용의)
6월 9일 LG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른 아침 수도권 구단의 한 내야수가 무면허 음주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는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당시 첫 보도에는 1군에서 뛰는 내야수로 성이 이니셜 K라고 전해졌다. 확인결과 K 이니셜의 성을 가진 수도권 구단의 1군 내야수가 많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인 LG 김용의가 음주사고를 낸 선수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를 낸 선수는 당시 넥센 소속이던 김민우로 밝혀졌다. 이날 경기장에 나온 LG 김기태 감독은 "사실은 깜짝 놀랐다"며 혹시 그 K 선수가 김용의일까 걱정을 했다고 실토했다. 당사자는 어땠을까. 김용의의 말이 걸작이었다. 김용의는 "차종이 내 연봉이랑 안맞는다"라며 쿨하게 사태를 수습했다. 당시 김민우의 차량은 독일제 고급 승용차였다. 김용의의 올시즌 연봉은 5000만원이었다.
③"이병규 선배님, 감사합니다." (롯데 손아섭)
11월 5일 열린 2013 프로야구 MVP-최우수 신인선수 및 각 부문별 시상식. 롯데 손아섭은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하며 단상에 올랐다. 수상소감을 말하던 손아섭은 대뜸 "이병규 선배님, 감사합니다"를 외쳐 식장을 초토화시켰다. 사실 손아섭은 최다안타 뿐 아니라 타격 타이틀 유력 1위 후보였다. 시즌 막판까지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장외 타격왕이던 LG 이병규(9번)가 시즌 막판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마지막까지 경쟁한 끝에 3할4푼8리의 이병규가 3할4푼5리의 손아섭을 가까스로 제쳤다. 그 아쉬움을 풀기위해 선배 이병규에게 애교 넘치는 직격탄을 날린 것. 이에 질세라 이병규는 두산 투수 유희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병규는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경기 중반까지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만약,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면 타이틀이 손아섭에게 넘어갈 뻔 했다. 그런데 세 번째 타석에서 천금같은 2루타를 때려냈다. 당시 상대투수가 유희관이었다.
④"춤이라도 출까?" (한화 김용응 감독)
2004년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현장에서 떠났던 김응용 감독. 9년 만에 한화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복귀 첫 해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시즌 초반 충격의 연패에 빠지며 일찌감치 최하위로 처졌고, 결국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시즌 막판 "이제 선수들에 대해 알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아쉬움의 표현은 내년 시즌 더 나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 김 감독이 신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FA 선수들의 영입. 한화는 시즌 종료 후 FA가 된 내야수 정근우와 외야수 이용규를 각각 70억원, 63억원에 영입했다. 이 뿐 아니라 내부 FA 이대수 한상훈 박정진을 모두 잔류시켰다. 정근우와 이용규의 가세로 국내 최고의 테이블세터진을 데리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두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구애를 펼치기도 해 화제가 됐다. 정근우와 이용규의 영입이 확정되자 김 감독은 "이제야 경쟁 체제가 갖춰지게 됐다"고 반기며 "춤이라도 춰야겠다"는 말로 기쁨을 드러냈다. 과연 김 감독의 한화가 내년 시즌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⑤"4시간 동안 하품만 쩍쩍 하다가 오승환 나오니 전투태세더라." (KBS 이용철 해설위원)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발전하면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해외구단의 스카우트들이 한국 야구장을 찾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올 시즌 해외 스카우트들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삼성의 마무리 오승환이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해외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오승환이기에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그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전국 야구장을 찾았다.
문제는 오승환의 보직이 마무리라는 점. 세이브 상황이 갖춰진 상황에만 등장하니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이 헛물을 켜기 일쑤였다. 그렇게 6월 초 한국을 찾은 해외구단 스카우트들은 몇 경기째 허탕을 치다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삼성의 경기에서 오승환의 투구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오승환이 등판하자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스피드건을 들고 구속, 구종 등을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오승환은 삼성에 통합 3연패를 안기고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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