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2루수를 꼽으라면 크레이그 비지오(49)를 빼놓을 수 없다.
비지오는 현역 시절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악착같은 승부욕, 희생정신으로 무장했던 선수다. 흙으로 더럽혀진 유니폼과 낡은 헬멧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88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줄곧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현대 야구에서 한 팀만 고집하기가 쉽지 않은데, 비지오는 휴스턴의 간판 선수로 20년간 봉사했다. 입단 당시 포수로 뛰었던 비지오는 외야수를 거쳐 92년 2루수로 변신했다. 그만큼 운동 능력이 뛰어났던 선수다.
2007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타율 2할8푼1리, 291홈런, 1175타점, 414도루를 기록했다. 통산 3060안타는 이 부문 21위다. 골드글러브 4번, 올스타 7번, 실버슬러거 5번의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공수에 걸쳐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사무국은 9일(한국시각) 명예의 전당 헌액 기자단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 선수 30명 가운데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프랭크 토마스 등 3명만이 75%를 넘겨 자격 첫 해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나머지 탈락자 가운데 가장 큰 아쉬움을 사고 있는 선수가 바로 비지오다. 역대 3000안타 기록자 28명 가운데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선수는 월드시리즈 승부조작을 벌인 피트 로즈와 금지약물을 복용한 라파엘 팔메이로, 단 두 명 뿐이다. 3000안타 멤버중 데릭 지터(3316안타)는 현역 선수라 아직 자격이 없고, 캡 앤슨(3435안타)은 19세기에 활약했던 선수라 투표가 아닌 원로 자격으로 1939년 헌액됐다. 구호 활동을 위해 니카라과로 이동중 비행기 사고로 숨진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73년 '특별 케이스'로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기자단의 외면을 받은 선수는 로즈와 팔메이로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3000안타의 대기록과 모범적인 선수 생활을 한 비지오의 탈락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약물 시대'에 활약했다는 이유로 보수적 성향의 기자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지오는 단 한 번도 약물 의혹을 받은 적이 없다. 비지오는 헌액 자격 첫 해였던 지난해에도 '당연히 선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8.2%의 득표율에 그쳐 쓴잔을 들이켰다. 첫 해였던만큼 1년 뒤에는 헌액될 것이라는 위안을 받았으나, 이번에도 표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비지오는 총 투표수 571표 가운데 427표를 얻어 74.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표만 더 받았다면 매덕스, 글래빈, 토마스와 함께 헌액자의 영광을 누렸을 터다. 지난 1985년 넬리 폭스, 1947년 피 트레이너에 이어 역대 명예의 전당 투표서 2표차로 탈락한 세 번째 케이스가 됐다.
현역 시절 그와 함께 휴스턴에서 뛰었던 디트로이트의 브래드 아스무스 감독은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지오는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의외다. 겨우 두 표 차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뽑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지오는 이날 휴스턴 구단을 통해 "매덕스, 글래빈, 토마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깝게 탈락해 실망스럽고, 가족들과 휴스턴 구단, 팬들에게 미안하다. 내년에는 희망을 걸어보겠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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