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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3일 타이틀곡 '썸씽(Something)' 컴백 무대에서 걸스데이는 옆이 트인 롱스커트를 입고 바닥에 눕거나 엎드려 엉덩이를 흔드는 등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듯한 포즈로 섹시 이미지에 정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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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격을 앞둔 레인보우 블랙과 AOA 역시 '살색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레인보우의 멤버 4명으로 구성된 유닛팀 레인보우 블랙은 '도촬(도둑촬영)', '전신스캔', '1초 누드' 등 관음증을 자극하는 단어까지 동원하며 섹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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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걸그룹 멤버들의 연령이 낮아지며 대부분은 귀엽고 깜찍하거나 여성미를 강조한 청순한 이미지로 데뷔를 한다. 지난 2010년 데뷔한 걸스데이는 '반짝반짝' '한번만 안아줘' '나를 잊지마요' '반짝반짝' 등 주로 밝은 노래로 대중에게 에너지를 전달했다. 2011년 '수파두파디바'로 데뷔한 달샤벳 역시 한동안 큐티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그룹의 초반 이미지가 섹시로 변하는 터닝포인트는 대부분 막내 멤버의 나이가 서서히 미성년자를 벗어날 시기가 다가오면서부터다. 말 그대로 그룹내 섹시 콘셉트의 태동기인 기(起)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때는 대부분 직접적인 노출은 피한다. 춤과 이미지로 섹시 콘셉트의 토대를 다진다. 걸스데이를 예로 든다면 지난해 3월 섹시한 멜빵춤으로 단숨에 남성팬들을 사로잡은 '기대해'가 바로 이 단계라 할 수 있다.
이후 막내 멤버가 성인이 되면 더욱 과감한 노선을 택한다. 티저 이미지는 의상보다 오히려 맨살의 비중이 확 높아지고, 포즈와 표정 역시 아찔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자극적이 된다. 또한 무대에서 보여지는 각종 안무는 섹시의 최고점을 찍는다.
2014년 막내 혜리가 성인이 된 걸스데이의 이번 '썸씽'이 바로 그 케이스이고, 달샤벳은 지난해 여름 활동했던 '내 다리를 봐'가 섹시 콘셉트의 승(承)에 해당하는 좋은 예였다.
한 걸그룹 관계자는 "이 단계가 되면 멤버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의 성숙한 매력을 강조한다. 심지어 멤버들간에 서로 경쟁 의식이 발휘되기도 한다"며 "그러다보면 멤버들이 티저 이미지 공개 때부터 더 야하고 더 노출이 많은 사진을 선택해 줄것을 요청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섹시 사이클의 기와 승을 거치며 선정성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 본 걸그룹은 이후 전(轉)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부터는 과도한 노출이 아닌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섹시미를 추구한다.
의상은 승 단계에 비해 오히려 맨살을 더 가리는 대신 몸매의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쪽으로 디자인된다. 또 의상 여기저기에 포인트를 줘 속살이 보일듯 말듯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섹시 다음에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첨부해 여성들까지 팬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안무는 섹시 사이클에서 가장 섹시해 진다. 손은 더욱 과감히 몸 여기저기를 터치하고, 허리의 움직임은 노골적인 자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달샤벳의 'B.B.B'가 딱 이 단계이다. 보디 컨셔스(Body conscious) 룩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무대 의상은 상의는 재킷, 하의는 긴 팬츠로 노출이 없는 상황에서 몸에 붙는 실루엣으로 오히려 더 묘한 상상을 불러온다. 여기에 가슴을 움켜쥐는 듯한 파격적인 안무는 노출보다 더 자극적이란 평가다.
기승전의 단계를 거치며 다양한 실험을 마친 섹시는 이후 팀 컬러에 맞게 정리된다. 과감한 노출이 어울린다고 판단되면 의상에 다양한 변화를 주며 섹시미를 끌고 나가고, 섹시한 안무가 도드라져 보이는 팀은 각종 퍼포먼스를 결합해 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섹시 무대를 만들어간다.
걸그룹이 이와 같은 섹시 콘셉트의 사이클을 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LTE급으로 소비되는 이미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걸그룹의 원조라 할 수 있는 S.E.S나 핑클 시절을 떠올려보자. 지금처럼 콘텐츠 소비 채널이 다양해지기 전에 그들은 귀엽거나 청순한 매력 하나로 수년을 버텼다.
그러나 때가 언제인가. 팬들은 이제 지상파 뿐 아니라 다양한 케이블 채널, 한발 더 나아가 모바일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와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무한대로 즐긴다. 그만큼 스타가 빨리 만들어지고, 이미지 소비 또한 빨라졌다.
따라서 소녀의 매력을 내세웠던 걸그룹이 데뷔 초의 귀여운 캐릭터로 버틸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이미지 변화를 위해 택하는 과정이 바로 이 섹시 콘셉트가 되는 것.
여기에서 살아남는다면 이후 이 그룹은 운신의 폭이 확 넓어진다. 다음 앨범에선 굳이 벗지 않아도 승부를 걸 수 있다. 캐릭터 변주에 있어 상당히 선택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진정한 섹시 사이클의 성공적인 결(結)은 강도높은 노출이 아니어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된 단계라 할 수 있다.
걸스데이의 소속사인 드림티엔터테인먼트의 나상천 이사는 "걸그룹에게 섹시 콘셉트는 더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통과 같다"며 "이 과정을 통해 팬들에게 성숙한 여인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되면, 그 그룹은 일단 롱런을 위한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일단 이 카드를 골라들었다면 후회 없을 정도의 수준까지 시도해 봐야 한다"며 "어정쩡하게 하면 오히려 나중에 후회가 남는다. 그리고 다시 귀여운 이미지로 돌아가게 되는게 가장 최악의 경우"라고 강조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