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주연의 영화 '남자가 사랑할때'가 조용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설 극장가의 유일한 멜로 영화. '수상한 그녀'와 '겨울왕국'에 이어 박스 오피스 3위를 기록중이다. 1일까지 120만 관객을 넘기며 꾸준한 흥행세를 유지하고 있다. 멜로 영화임에도 남성 관객 비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 '신세계' 팀이 만든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평생 거칠게만 살아온 사채업자 태일(황정민). 사랑과 담을 쌓고 살던 이 남자에게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온 사랑. 진짜 임자를 만났을 때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이 황정민과 그 가족들의 리얼 연기 속에 펼쳐진다. 예측 가능한 멜로지만 '남자가 사랑할 때'가 저력있는 행진을 이어가는 비결은 배우들의 연기 내공 덕이다.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을 비롯, '변호인'의 '나쁜 놈' 곽도원의 서민 변신과 정만식 남일우 김혜은 강민아 등의 깊이 있는 연기력이 완성도를 높인다.
기어이 눈물을 뽑고마는 최루성 영화. 하지만 손수건을 훔칠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코믹스러운 장면도 제법 많다. 빌려준 돈은 어떻게든 받아내는 주인공 태일이지만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미워할 수 없는 조카 송지(강민아)에게 '삥 뜯기는' 장면, 방귀 뀌고 '사랑해 XX'를 외치는 황정민의 능청 연기, 깜짝 카메오의 등장 장면 등 빵 터지는 웃음 코드도 군데군데 많이 배치돼 있다.
또 하나,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다. 황정민의 패션이다. 극 초반 그가 입고 나오는 옷과 머리가 심상치 않다. 과거 동네 건달들이 입던 촌 티 가득나는 셔츠와 뒷머리를 길게 늘린 일명 '맥가이버 머리'. 극중 형수 미영(김혜은)은 고교 동기 친구이자 시동생인 태일에게 이렇게 말한다. "태일이 넌 얼굴은 괜찮은데 패션센스가 위협적이랄까?" 대놓고 '나 동네 양아치요'라고 외치는 듯한, 하지만 묘하게 어울려 기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황정민의 '위협적'인 복고 패션. 자칫 영화 속에서 못 볼 뻔 했다.
제작진이 '위협적인' 복장을 사전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 너무 대놓고 설정된 '양아치 패션'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황정민의 생각은 달랐다. "배경 상 정작 카메라를 비치면 그 모습이 자연스러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 전에 미리 의상팀에 몰래 두벌씩 준비해달라고 했죠. 결국에요? 카메라 앞에서 전면 수정해서 찍었죠. 맥가이버 머리도요.(웃음)"
주인공 태일은 나름 프로페셔널이다. '위협적인' 복장은 채무자들을 협박해 돈을 수거하는 일을 할 때만 입는 업무용 복장이다. "일할 때만 입죠. 극 후반부로 가서 일을 안할 때는 그 옷을 거의 입지 않아요."
40~50대 중년들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복장과 머리. 학창 시절 동네마다 꼭 있던 '양아치 형님'들의 모양새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황정민이 걸치고 나오는 '위협적'인 패션과 머리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함께 묘한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유행하는 '추억 마케팅'의 일부로 녹아든 황정민 표 '위협적' 패션의 탄생 비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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