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을 키우는 성남시 분당구의 박모씨(41)는 최근 반려동물등록제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박씨는 예전에 정부 정책에 따라 애완견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했다. 박씨는 주소와 전화번호, 애완견의 종류와 이름 등의 정보를 넣고,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인 마이크로칩을 애완견의 체내에 주입했다. 그런데 얼마 전 경기도 의왕시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로 이사를 한 박씨가 애완견에 등록된 주소와 전화번호를 변경하려고 하자 그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박씨가 해당 지자체인 분당구청에 연락을 했더니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분당구 경찰서 교통과 연락처를 알려주며 경찰에게 문의를 하라는 답변만 했다. 분당 경찰서 역시 '애완견 주소 변경과 관련된 문의는 처음이고, 우리도 방법을 알 수 없다'란 말뿐이었다. 결국 박씨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반려동물등록제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이미 1년이 지났고, 정책에 따라 전국적으로 동물 66만두가 등록됐다. 전체 등록 대상 동물의 52%가 등록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동물등록제에 참여했다.
특히 애완견은 해당 지자체에 의무 등록을 해야 하고, 등록비도 개인이 내도록 돼 있다.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은 2만원,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은 1만5000원, 등록인식표 부착은 1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견주가 이를 어기면 단속의 대상이 된다. 애완견을 등록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에 1차는 경고, 2차 적발은 과태료 20만원, 3차 적발은 과태료 40만원이 부과된다. 심지어 견주가 주소 및 연락처 변경이 있을 경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반드시 변경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신고하지 않으면 역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박씨는 동물등록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해당 지자체의 무성의한 대처에 변경 신고를 못해, 본의 아니게 과태료 대상자가 된 셈이다.
심지어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얼마 전에 이사를 해서 내 애완견에게 등록된 주소를 바꾸려고 했는데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대로 예전 주소가 등록돼 있는 상태"라고 밝혀, 실제 현장에서 동물등록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애완견 보호자의 주소나 전화번호가 바뀌면 해당 지자체와 동물등록 대행을 하는 동물병원에서 변경신고를 하면 된다.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엔 애완견의 번호만 담겨있고, 소유자의 해당 정보들은 지자체 시스템에서 변경할 수 있게 돼 있다. 지자체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라고만 설명했다.
동물등록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08년 처음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실시했고, 2013년부터는 전국 의무 시행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허술한 시행으로 정책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동물등록제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방침이 정해졌지만, 실제로 단속을 하는 지차제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전국 지자체에 동물등록제를 단속할 수 있는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단속 방법이나 지침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도 않은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유기동물 수는 7만7877마리에서 지난 2012년 9만9254마리로 늘었고, 유기동물 처리비용도 2008년 81억원에서 2012년 98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동물등록제가 유기동물을 감소시키고 처리비용도 줄이기 위한 정책이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생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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