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집행유예'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은 SK그룹 최태원 회장(54)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51)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최 회장 형제의 SK그룹 계열사 자금 451억원 횡령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공모사실을 인정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나란히 재벌총수 재판의 공식처럼 돼 온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자, 최 회장 형제에게도 '집행유예' 가능성이 기대됐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번에 재벌 총수에 대한 엄벌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등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계 3위인 SK그룹의 회장과 부회장이 게열사 자금을 사적 이익을 위해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 형제의 이번 대법원 상고심에서 핵심쟁점 인물로 떠오른 이는 김원홍 전 SK 고문이었다.
최 회장 측은 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김원홍 전 고문이 국내로 들어오기 전 항소심이 이뤄져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 형제의 횡령과정은 이렇다. 최재원 부회장은 김원홍 전 고문으로부터 투자권유를 받은 뒤 김준홍 전 베넥스 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자금조달을 요청했고, 최태원 회장이 김 전대표의 요청대로 계열사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 하도록 해 450억원을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김 전 고문에게 속아 한 행위라고 항변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속아서 한 횡령이라도 유죄"라고 판시했었다. 김 전 고문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최 회장 형제와 김 전고문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유죄의 증거로 본 원심 판단도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은 횡령범행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김 전 고문의 녹취록 발언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총수 형제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SK그룹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총수 부재에 따라 그룹의 주요 사업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룹의 굵직한 프로젝트에는 최 회장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자원 개발과 에너지 시장 개척분야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전략적 대주주로서 그동안 국제무대서 자원개발 등 신사업 개척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기에 향후 사업수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적시에 거액의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의사결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SK는 최 회장의 구속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에서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SK 관계자는 "6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계열사 자율경영 제체를 도모하고 있으나 총수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신규사업 등 여러분야에서 상당한 경영차질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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