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모든 선수 교체, 작전 구사는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물론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아무리 감독 고유 권한이라도 보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저런 선택을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면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이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알쏭달쏭한 두 가지 선택을 했다.
장면1. 최강 타자 최 정의 희생번트
6-5로 앞서던 6회초 SK의 공격. SK는 선두타자 김강민과 2번 조동화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의 천금같은 찬스를 잡았다. 1점차 불안한 리드 상황서 확실하게 도망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여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던 것은 타석에 3번 최 정이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최 정은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우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경기 첫 타석 몸에 맞는 볼을 제외하면 삼진, 포수 플라이로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최 정은 최 정이다. 무사 1, 2루 찬스에서 타석에 최 정이 들어서면 상대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 이 감독의 선택은 희생번트였다. 최 정은 초구에 번트를 대 주자를 2, 3루로 진루시켰다. 다른 타자라면 이해가 가는 장면이지만 최 정이라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1점이 급하고, 뒤에 루크 스캇이 버티고 있다지만 최 정이 희생번트를 댄다는 생소한 장면에 오히려 상대는 안전하게 아웃카운트 1개를 늘렸다며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먹었을지도 모른다. 결과가 그랬다. 투수 신정락이 스캇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고, 박정권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재원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장면2. 볼카운트 3B2S 상황서의 포수 교체
그래도 최 정의 희생번트는 어떻게라도 이해해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찬스를 못살린 SK는 6회말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선발 조조 레이예스가 LG 이병규(9번)에게 볼넷을 내준 뒤 강판됐고, 이어 등장한 전유수가 대타 김용의에게 또다시 볼넷을 내줬다. 실책까지 겹쳐 무사 1, 3루가 됐다.
타석에는 조윤준. 최경철이 부상으로 물러나 대타를 쓸 수 없었다. SK는 좌-우 가릴 것 없이 흔들리는 전유수 대신 구위로 누를 진해수 카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진해수도 제구가 흔들렸다. 어렵게 어렵게 풀카운트까지 끌고갔다. 그런데 갑자기 이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교체 사인을 냈다. 투수 교체가 아니었다. 포수 교체였다. 난 데 없는 교체사인을 받아든 조인성은 한참을 홈플레이트 앞에 서있었고, 정상호가 부랴부랴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본 후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풀카운트 상황서 공 하나에 경기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상황. 안그래도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는 와중에 그나마 익숙한 포수를 갑자기 바꾸는 선택은 쉽게 납득을 할 수 없었다. 연속 볼넷이 나온 것을 포수의 리드탓으로 돌렸을 수도 있지만, 당시 상황은 투수 전유수와 진해수가 포수 리드와 관계 없이, 대책 없이 흔들리는 장면이라고 보는게 맞았다.
이날 경기 포수 교체의 효과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포수를 바꾸자마자 투수 앞 땅볼이 나왔지만 투수 진해수의 송구 실책으로 동점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위기에서 정상호와 호흡을 맞춘 박정배가 나머지 타자들을 삼진, 범타 처리하며 동점 만을 허용했다. LG의 기세를 누른 SK는 7회 3점을 뽑으며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
과연 이 감독은 어떤 생각을 갖고 포수 교체를 감행했을까. 이유를 들어보고자 했지만, 경기 후 선수들의 경기력에 격노한 이 감독에게 이에 대한 답을 듣기는 힘들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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