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롭 감독 ⓒAFPBBNews = News1
클롭 감독의 호탕한 웃음은 기자 회견이 마지막이었다. 3일 새벽(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하 도르트문트)는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에 3-0으로 무너졌다. 스쿼드의 두께와 깊이를 절감한 경기, 수비 실수를 추스르려 발버둥 쳤지만 최전방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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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전 합계 180분을 뛴다고는 해도 운명을 가르는 건 결국 '찰나의 순간'이다. 집중력의 끈을 살짝이라도 놓칠 때, 다음 라운드 진출자는 내정되기 마련이다. 도르트문트가 내준 첫 골이 그랬다. 측면으로 빠진 벤제마를 몰아내기 위해 두 명이 붙는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오버래핑에 동참한 카르바할을 잡아야 했던 그로스크로이츠의 커버부터 삐걱거렸다. 사힌-켈, 그리고 소크라티스가 형성한 삼각형의 블록은 침투하던 베일을 너무 안일하게 풀어줬다. 전반 3분 만에 헌납한 선제골은 이미 4강 진출의 분수령이 됐다.
분위기를 살짝 되돌렸으나, 다시 주저앉았다. 나사를 하나 풀어놓은 듯했던 수비진은 전반 27분 추가 실점을 했다. 두름의 볼처리를 받아 나가려던 므키타리안의 퍼스트터치가 불안했고, 알론소를 맞고 흐른 볼이 이스코에게 흘렀다. 볼을 잡아둔 첫 번째 터치, 슈팅 각을 만든 두 번째 터치, 그리고 마지막 슈팅까지 세 번의 터치가 있었다. 골키퍼 바이덴펠러의 경우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며, 벤제마에게 가린 훔멜스는 전진하기 어려웠다. 켈 역시 역동작에 걸린 상황, 믿을 건 소크라티스뿐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밀고 나오며 슈팅 모션을 확실히 방해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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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는 레알보다 10km 가량을 더 뛰었다. 그럼에도 조금 더 많이 움직이며 피치 곳곳에 수적 우세를 만들던 플레이, 상대를 옥죄던 특유의 끈끈함은 보이질 않았다. 원정 1차전, 그것도 호날두-벤제마-베일의 'BBC'를 상대로 라인을 과하게 올리는 건 무리일 수 있었다. 최근 미친 듯이 치고 달리며 골을 뽑아냈던 레알의 비디오를 확인했을 땐 높은 곳에서 싸울 마음도 싹 사라졌을 터다. 다만 중앙선 바로 아래에서만큼은 1차 저지선을 확실히 구축해야 했는데, 이 지점에서 계속 밀려난 것이 도르트문트를 힘들게 했다. 사힌-켈 라인이 수비 진영 가까이에서 움직인 시간대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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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아래로 물러난 상대(도르트문트)를 압도할 힘이 없다면 수박 겉?기 식의 경기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뒷선에서 볼을 투입하는 것부터 어렵다. 정적인 분위기에 상대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을 때, 전진 패스는 역습의 위험을 수반한다. 볼을 투입해도 문제다. 앞선의 공격진이 영리한 움직임으로 볼을 받아내도 좁은 공간에서의 다음 장면을 이어가는 데에는 숨이 막힌다. 레알이 느꼈을 이러한 부담은 모드리치가 다 깨부쉈다. 상대를 움찔하게 할 만큼 창의적인 택배 기사를 중원에 배치했다. 이쪽 측면에서 다른쪽 측면으로 옮겨가며 배회하는 대신 직선 주로를 통해 패스를 배달했고, 그 덕에 양 측면 수비도 높이 전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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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전술, 전략도 '변수' 앞에선 무력하다. 그 변수가 '수비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타격은 더 하다. 상대가 완전히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전진할 때는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하다. 수비로 전환하려는 상대는 아직 확실히 물러서지 않은 채 해당 진영에 밀집해 있고, 후방에서 수비하던 자원은 앞으로 나오며 가로채기의 타이밍을 엿본다. 이 상황에서 짧은 패스로 중앙을 거치는 작업은 대개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피스첵의 패스가 딱 그랬다. 핀트가 어긋난 패스는 모드리치에게 끊겼고, 호날두의 팀 세 번째 골로 이어진다. 이로써 꿀벌 군단은 회생 불가능할 지경까지 다다랐다.
도르트문트는 어떻게든 원정골을 뽑아내려 했다. 호프만, 쉬버를 투입해 공격 진영의 배터리를 갈아 끼웠다. 상대 수비 앞에서 시야를 교란하고, 원투 패스를 통해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일종의 부분 전술도 나왔다. 다만 묵직한 '한 방'이 없었다. 아우바메양은 레반도프스키를 그립게 했고, 골이 될 듯 될 듯했던 순간엔 페페가 야속하리만큼 '벽'이 되었다. 부상 폭탄에도 분데스리가-DFB포칼-챔피언스리그를 모두 끌어온 것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특히 스쿼드의 양과 질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4월 초라면 더하다. 과연 다음 주 2차전이 열릴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클롭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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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