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IA 타이거즈는 이범호를 새 주장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신생팀인 NC에게 밀리며 8위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KIA로서는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다.
주장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고참과 후배들 사이에서 중간자적 역할도 필요하다. 그래서 주장은 팀의 중고참급 선수들이 맡는 게 일반적이다.
주장은 자연스레 선수들과 얘기할 기회가 가장 많다. 평상시에도 수시로 대화가 필요하고, 분위기가 안 좋을 땐 선수단 미팅을 소집하기도 한다. 개인 성적을 신경 쓰면서도 동시에 팀원들도 챙겨야 한다. 쉽지 않은 자리다.
'말과 행동'이 중요한 자리, KIA의 새 주장 이범호는 어떻게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을까. 이범호는 일부러 미팅을 소집하거나 많은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니다. 선수단 미팅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직되기 마련이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시즌 초반까지 KIA의 분위기는 좋다. 지난해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자멸한 것과는 다르다. 부상도 추락의 원인이었지만, 겉잡을 수 없이 침체됐던 분위기도 문제였다.
이범호는 "좋을 때 무슨 말이 필요한가. 지금은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KIA는 개막 후 8경기에서 4승4패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김진우의 부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선발진 한 자리가 구멍 나고, 불펜이 불안한 걸 감안하면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추락을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에게 '약체'로 지적받았기에 초반 성적은 의미가 있다. 타선에선 FA 이대형이 새로 1번타자로 자리잡으면서 기존의 빠른 타자, 김주찬 신종길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빠른 발로 상대 실책을 유발하면서 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나지완과 이범호가 지키는 중심타선도 나쁘지 않다.
이범호는 "지금 분위기는 잘 흘러가는 것 같다"며 "만약 팀이 연승을 하거나, 잘 나간다면 문제가 없다. 고비가 오고 하면 다같이 대화로 풀어가면 된다"고 했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괜한 말로 부담을 주기 보다는, 잘 하는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범호는 팀이 잘 되기 위해선 개인이 먼저 잘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선수들 각자 컨디션이 좋아야 뭉쳐서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얘기를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말을 하기 보다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거나 분위기가 다운된 듯한 선수에게 다가가 따로 얘기하는 방식이다. 또한 이범호는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한 바 있다. 부상이나 예방에 대한 고민을 겪어봤다. 이로 인해 고민하는 선수들에게 와닿는 조언을 해줄 수 있다.
KIA는 올해도 부상 방지가 중요한 과제다. 이범호 역시 햄스트링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그는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피곤하면 거기에 맞게 운동량을 조절하는 등 노하우가 생겼다"며 웃었다. 지난해 122경기에 출전하면서 불안감을 대부분 해소됐다. 이젠 요령도 생긴 셈이다.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올해 목표를 묻자 이범호는 "무조건 팀 성적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해다. 한 경기, 한 경기 컨디션을 잘 유지하면서 선수들 각자 자신이 목표한 바를 위해 뛰다 보면, 팀 성적도 잘 나올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야구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활약이 뭉쳐지면, 팀도 좋은 결과를 갖게 된다. 이범호를 비롯한 KIA 선수들 모두 '약체'란 평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딱 잘라 말했다. "주변 평가는 신경 안 쓴다. 우리가 얼마나 하는 지가 중요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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