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은이한테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LG 트윈스의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류제국. 시범경기 부진으로 시작해 SK 와이번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4⅓이닝 6실점(1자책점)의 성적을 내며 걱정을 샀던 그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완벽히 감을 잡은 모습을 보여줬다. 류제국은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는 폭풍투를 선보였다. 1회 2실점하기는 했지만 야수들의 실책에 이어진 실점이었기에 자책점은 0이었다. 팀이 승리를 거뒀더라면 류제국의 투구가 더욱 빛날 뻔 했지만 안타깝게도 LG는 12회 연장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첫 등판 이후 두 번째 경기에서 바로 자신의 밸런스를 찾았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는 모습이었다.
9일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류제국은 1회 안타 4개를 허용하며 2실점 했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고. 류제국은 "지난 등판보다 전체적인 밸런스 등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1회 실점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 류제국은 2회부터 무서운 투구를 이어갔다. 2회부터 6회까지 5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km 초반대에 그쳤지만 지난 등판에 비해 공에 힘이 느껴졌고 제구에도 한층 안정감이 더해졌다. 류제국은 "홈 개막전 영상을 보니 공을 던질 때 몸이 일찍 열리고 고개가 왼쪽으로 젖혀지는게 보였다"며 "직구 제구가 흔들린 이유였다. 롯데전에서는 최대한 중심을 오래 끌고 나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 제구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류제국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재미를 본 구질은 커브였다. 류제국은 이날 22개의 커브를 적시에 섞어 던지며 수싸움에서 앞서나갔다. 특히, 커브의 각이 대단했다. 상대 타자 강민호가 "커브의 각이 장난이 아니더라"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원래 주무기라고 하지만, 이날만큼은 커브의 각이 다른 날과 차원이 달랐다.
비밀이 있었다. 류제국은 대뜸 "노경은(두산)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류제국은 SK전 후 무너진 투구 밸런스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두산 경기를 보다 노경은의 투구를 봤다. 노경은도 커브가 훌륭한 투수. 그 때 노경은의 투구폼이 눈에 확 들어왔다고 한다. 노경은은 공을 던질 때 팔꿈치를 어깨 높이까지 올려 위에서 아래로 공을 내리찍는 폼을 가진 투수. 류제국은 노경은의 투구를 보며 '요즘 공을 던질 때 내 팔이 너무 내려가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이튿날부터 곧바로 공을 던질 때의 팔의 각을 올려 피칭 훈련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 류제국은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커브를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맞을 때 맞더라도 내 커브의 각을 믿고 자신있게 던지자고 마음먹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경기 중에도 조금씩 팔을 더 올리는 등 변화를 주며 실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류제국은 "이제 어느정도 감을 잡은 것 같다"며 "다음 등판 때는 더 좋은 투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류제국의 다음 선발 등판은 13일 잠실 NC와의 경기로 예정돼있다. 지난 시즌에는 4일 휴식 후 등판을 하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몸을 만든 이번 시즌에는 4일 휴식 후 선발등판도 문제없다는게 본인과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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