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에서 열연을 펼쳤던 도지원이 31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도지원은 드라마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오열과 분노를 넘나드는 감정연기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사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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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월 21일 스포츠조선 창간호엔 갓 데뷔한 신인 도지원의 인터뷰가 실렸다. "자기주관이 뚜렷한 연기자가 첫 목표입니다. 얼굴만 갖고 반짝했다 사라지는 배우가 아닌, 수명이 긴 연기자가 되겠어요." 스물넷 도지원의 당찬 포부. 이제 와 보니 진짜로 현실이 돼 있다. 24년간 성실하게 배우로 살아오며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당시 인터뷰 기사를 사진에 담아오니, 도지원이 웃음을 머금고 흥미롭게 들여다본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요? 제가 나이 개념이 없어서 그런지 실감이 안 나는데요. (웃음)" 더 놀라운 건 그때나 지금이나 미모가 똑같다는 사실. 국립발레단 출신이라는 이력이 줄곧 따라다니는 것도 바로 '시간을 거스르는 미모' 때문일 테다.
스포츠조선 창간호
변하지 않은 건 또 있다. 무수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최근 종영한 MBC '황금무지개'가 도지원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감성적인 연기를 하고 싶던 차에 '황금무지개'의 윤영혜를 만났다. 어린 시절 고아로 자란 영혜는 단란한 가정을 꿈꿨지만 남편을 잃은 후 어린 딸을 재벌 시모에게 빼앗기고 시모의 실수로 딸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복수를 다짐한다. 훗날 딸 백원이(유이)와 재회해 회한의 눈물을 쏟아내기까지 참으로 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렇게 도지원은 '황금무지개'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매회 오열한 건 처음이에요.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다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연기하다 보면 어느 새 상대배우도 울고 있어요. 대본에 없는 설정인데도요. 서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몰입했던 거죠. 배우의 진심어린 감성을 뽑아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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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혜의 절절한 모성애. 골드미스인 도지원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주변 사람들에게 뭐든 퍼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이해를 못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그러고 있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몸에 배인 거죠. 집에서 강아지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제 모습을 볼 때도 '내 안에 이런 감성이 있구나' 하고 깨닫곤 해요. 모성애도 비슷한 것 아닐까요. 결국 상대에 대한 사랑이니까."
신사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31/
방영 내내 '황금무지개'를 따라다닌 막장 논란. 도지원도 "솔직히 작가의 표현을 이해 못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고 했다. 영혜답지 않게 독한 대사는 감독과 상의해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영혜가 드라마 안에서 해야 할 역할은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시청률에도 그다지 영향받지 않았다. 도지원뿐만 아니라 전 출연진과 제작진이 그랬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촬영장 분위기 덕분이다. 그래서 "배우 입장에선 얻은 게 많은 드라마"라고 했다. "이렇게 단합이 잘되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어요. 밤새워 촬영해도 얼굴 찡그리는 사람이 없어요. 김상중 씨도 이런 촬영장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엔 다같이 '은빛무지개'로 만나자는 얘기도 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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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후엔 후배 연기자들과 함께 교외로 1박 2일 나들이를 다녀왔다. 도회적인 외모 탓에 처음엔 다들 다가오기 어려워하지만, 격의없이 친구처럼 대하니 후배들도 편하게 언니 누나라 부르며 따른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인데, 작품에선 차가운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도지원은 "실제 성격까지 딱딱해지는 것 같았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그런 의미에서 "뭬야"라는 명대사와 표독스러운 연기로 화제가 됐던 '여인천하'는 도지원에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운 작품이었다. "저를 그냥 도지원으로 봐줬으면 좋겠는데, 드라마에서처럼 강한 사람으로 생각하더라고요. 혼자서 꽤 힘든 시간을 보냈죠. 일부러 작품 활동을 쉬기도 했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좋은 시절을 허송세월한 것 같아 아쉬워요."
요즘 도지원의 고민 역시 연기에 집중돼 있다. 예전엔 개성 강한 역할이 주어졌다면 요즘엔 어머니 역을 제안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과 표현력은 풍부해졌지만 정작 기회는 줄어드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발레단에서 활동할 때도, 화장품 모델이 됐을 때도, 이후에 연기를 시작하고 인기를 얻은 후에도, 저는 늘 순수함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한 게 없어요. 물론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도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제게 어떤 작품과 캐릭터가 찾아올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