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모기업으로 둔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현대家 더비'. 1983년 창단해 K-리그에 참가한 '전통의 명가' 울산과 1994년 창단해 2000년대 후반부터 '신흥 명문'으로 거듭난 전북의 '현대家 더비'가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에서 펼쳐졌다. 울산과 전북, 모두 위기였다. 3월부터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느라 주전들의 체력이 바닥났다.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최근 리그 2경기 결과도 1무1패로 같았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통산 75번째 맞대결, 서로를 넘어야 선두권 수성 및 슬럼프 탈출을 노릴 수 있는 울산과 전북의 '동상이몽' 매치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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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깜짝카드
조민국 울산 감독과 최강희 전북 감독은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 감독은 올시즌 리그에서 1경기에 출전한 공격수 박용지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최 감독은 K-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공격수 마르코스에게 올시즌 두 번째 선발 기회를 부여했다. 두 사령탑의 속내는 달랐다. 경기전 만난 조 감독은 "전북이 홈에서 강하게 나올테니 뒤로 물러섰다가 박용지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공간 침투를 노리겠다"고 했다. 반면 최 감독은 "마르코스가 빨리 한국 무대에 적응해야 한다. 더 빠른 적응을 위해 선발 출전 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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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카드 모두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울산은 조 감독의 공언대로 수비에 초점을 맞추며 역습을 전개했다. 경기 초반 박용지의 스피드가 돋보였다. 전북의 좌우 측면을 빠른 돌파로 파고 들며 수 차례 파울을 얻어냈다. 전북의 마르코스 역시 포백라인부터 최전방까지 폭 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전북의 공격을 지휘했다. 후반 4분에 나온 박용지의 공간 침투에 이은 터닝 슈팅, 후반 6분에 기록한 마르코스의 감각적인 중거리 슈팅은 상대 수비진을 긴장시켰다. 마르코스와 박용지는 각각 후반 7분과 11분에 교체 아웃됐다. 두 사령탑의 깜짝 카드는 모두 열매를 맺지 못하고 무승부로 끝이 났다.
'무용지물'된 교체카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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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두 감독은 상대팀의 '단점'을 한 가지씩 언급했다. 최 감독은 울산의 단조로운 공격패턴을 지적했다. "시즌 초반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니 김신욱을 이용한 플레이만 한다." 조 감독은 전북 '더블 스쿼드'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선수가 많으면 감독은 고민이 많아진다. 오히려 밸런스를 유지하기 힘들다." 두 사령탑의 분석이 적중했다. 전반 초반부터 두 팀의 경기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전북은 집중력 부족으로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울산은 김신욱의 제공권을 이용한 '롱볼' 플레이로 일관했다. 미드필드 플레이가 실종됐다. 두 사령탑은 교체카드로 승부수를 띄었다. 전북의 초반 공세에 밀린 조 감독은 전반 35분 김용태 대신 하피냐를 투입, 반전을 노렸다. 공격 강화를 위해 박동혁과 박용지 대신 백지훈과 알미르를 투입했다. 최 감독 역시 이승기, 레오나르도, 정 혁을 교체 카드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체력의 덫에 걸렸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의 움직임을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하며 헛심 공방을 펼쳤다. 교체 카드로 인한 반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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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가른 '킬러 봉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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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 이동국 vs 김신욱의 '킬러 대결'로 결정이 났다. 경기전, 올시즌 5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인 김신욱에 무게감이 쏠렸다. 이동국은 발등 부상 중에도 출전을 강행했다.
최 감독은 중앙 수비수 3명을 투입해 김신욱을 이중 마크했다. 중앙 수비수 이강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게 승부의 '키'였다. 페널티박스 안에서는 윌킨슨과 김기희가 김신욱을 전담 마크했고, 페널티박스 밖에서는 이강진이 철거머리 수비로 김신욱을 괴롭혔다. 김신욱이 잠잠한 울산의 공격은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반면 전북의 '킬러' 이동국은 효율성 높은 공격을 구사했다. 발 부상으로 기동성이 떨어졌지만 문전에서의 노련한 움직임으로 이를 만회했다. 울산의 수비가 전북의 측면에 집중된 사이 이동국은 빈 공간을 노렸다. 동료들의 패스 미스가 속출해도 그는 직접 공을 간수하며 5차례 슈팅을 기록했다. 이날 승부는 이동국의 뛰어난 위치 선정에서 갈렸다. 전반 15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이동국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김치곤의 파울을 유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섰다. 광저우 헝다전에서 다쳐 금이 간 오른 발등으로 강하게 찼다. 이동국은 A대표팀의 수문장인 김승규의 철벽 방어를 넘어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리그 개인 통산 최다골도 156골로 늘렸다.
킬러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은 '철퇴'의 울산을 1대0으로 꺾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전북의 울산전 홈 연속 경기 무패행진도 '8(7승1무)'로 늘어났다. 슬럼프 탈출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귀중한 승리였다. 최 감독은 "체력이 떨어지니 경기 질이 떨어진다"며 아쉬워했지만 "김신욱을 수비한 김기희, 윌킨슨, 이강진이 자기 역할을 잘 해줬다. 이동국은 본인이 출전하겠다고 하니 말리기가 어렵다. 그런 정신이 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힘 같다"며 선수들에게 엄지를 치켜 세웠다. .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