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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웃다가 또 웃다가, 갑자기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뭉클함을 감내해야 했다. 책 읽는 도중 '큭큭'거리기는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이후 오랜만의 경험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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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복이 졸병 군기를 잡는답시고 우리를 침상에 세워놓고 이소룡의 쌍절곤을 들고 흉내 내다가 그만 제 머리를 '탱!'하고 때렸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마나 청아했던지 나도 모르게 그만 "하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 웃었는지 나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1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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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부전선에서 가지고 나오고 싶었던 것은 해 질 녘, 하늘을 쏘아 오르는 샛별과 동터오는 새벽하늘의 빛나는 꿈이었지만 결국 얼룩진 그리움처럼 흐려지는 눈빛만을 가져 나오고 말았다. 나는 그 시절로부터 소리 없이 멀어져갔다. 아니, 그 시절을 하나의 장식처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되돌아보면 한갓 얼룩진 그리움으로밖에 간직하지 못한 지금이 오히려 내게는 진정한 실명기인지도 모른다. 거칠게 파고들었던 눈보라와 적막했던 체온의 편린들은 아직도 한순간이나마 가슴을 섬광처럼 타오르게 만들었지만, 정말 내가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가슴에 품어 안았다면 그것은 지금 내 몸속 어디에서 빛을 밝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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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답했다. "나의 분신일수도 있고, 실존 인물일수도 있다." 아마 군대를 다녀온 이 땅 모든 남성들의 이미지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작품이 좀 더 알려져야 내가 동료들한테 덜 미한 할 텐데..." 그의 말끝이 흐려졌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