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2층 벽에는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의 사진이 전시돼있다. 기자가 소개하는 이 사진은 LG 트윈스와 관련된 사진이다. 구단은 매 시즌을 앞두고 이 사진들을 교체하는데, LG는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짓는 날의 감동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윗 사진을 보면 자진 사퇴로 팀을 떠난 김기태 감독과 지난해 주장이었던 이병규(9번)가 기쁨에 얼싸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병규의 표정을 보면 그가 김 감독에게 어처구니 없는 항명을 했는지, 아니면 음해 세력이 퍼뜨린 단순한 루머인지 판단할 수 있을 듯 하다.
2014년 4월 20일. LG에게는 힘겨운 하루였다. 한화 이글스에 패해 루징 시리즈를 성적을 낸 것 뿐 아니라 정찬헌의 빈볼 사태로 야구판을 들썩이게 했다. 비난의 화살이 LG에 쏠렸다. 그 와중에 안좋은 소문이 돌았다. 이병규가 정찬헌에게 빈볼을 지시했고, 김 감독이 이를 말렸지만 이병규가 감독의 사인을 무시하고 빈볼을 강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항명 파동의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며 성적도 좋지 않은 LG는 더욱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이병규를 비롯한 선수단은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병규는 홍보팀을 통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호소했다. 주장 이진영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분노했다.
기자가 취재를 한 결과, 김 감독은 빈볼이 발생하는 상황에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빈볼이 나왔을 때는 선수들을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심판진과 맞섰다.
팀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 그럴싸한 얘기가 만들어지니, 사람들은 사실인양 이 얘기를 퍼뜨렸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비난 여론에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병규는 23일 김 감독이 경기장에 나오지 않자 "내가 택시를 타고가서 감독님을 모셔오겠다"고 했다. 관계자들이 말려 경기에 나섰지만, 누구보다 김 감독의 행보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감독의 현역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은 두 사람의 관계가 루머에 한순간 무너지는 꼴이 됐다.
사진의 표정을 다시 한 번 보자. 과연 항명을 하고, 서로 감정싸움을 할 사람들의 표정인가.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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