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좋았던 기억을 다시 살리고 싶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먼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을까. 어떤 이유든 LG 트윈스 조계현 감독대행의 선택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4번타자 정의윤 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LG는 24일부터 조계현 감독대행이 팀일 지휘하고 있다. 23일 김기태 감독의 갑작스러운 자진 사퇴에 어지러워진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은 조 감독대행의 몫이었다. 김 감독의 최측근으로 누구보다 마음이 아픈 조 감독대행이었지만 "야구는 해야한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조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면서부터 팀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24일부터 치러진 4경기 모두에 4번타자로 정의윤이 출전했다. 기존 4번 자리를 맡던 조쉬 벨은 3번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팀 운용에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했던 조 감독대행이지만, 4번 타순만큼은 소신있게 정의윤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의윤 4번 카드가 낯설지는 않다. 지난 시즌 김기태 감독이 야심차게 꺼내들어 재미를 봤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LG는 정의윤이 4번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며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시즌 후반에는 체력 저하로 정의윤이 초중반 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했지만, 만약 정의윤이 여름 4번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LG 타선이 전체적으로 흔들릴 뻔 했다.
조 감독대행이 정의윤을 4번에 배치하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의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다. 타격 자질 만큼은 그 어떤 선수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는 '거포 유망주' 소리를 그만 듣게 하고픈게 조 감독대행의 바람이다. 선수들은 '내 자리가 확실히 있다'라고 생각을 하면 더욱 안정된 심리 상태 속에 타석에 들어선다. 결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은 안봐도 뻔한 일. 조 감독대행은 정의윤에게 "절대 안바꿀테니 마음대로 쳐라"라고 단순히 주문했다. 정의윤의 자신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4번 출전 후 4경기 연속 안타다. 특히, 2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3안타를 몰아치며 2대1 역전승의 중심이 됐다.
조쉬 벨이 3번 타순에 더 어울리는 것도 참고됐다. 시즌 7개 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쉬 벨이지만, 점차 약점이 노출되며 타석에서의 영양가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특히, 득점권 찬스에서 조금은 약한 모습을 보여 마음이 한결 편할 3번 타순에 배치했다.
조쉬 벨을 통해 홈런 갈증은 어느정도 푼 LG다. LG가 4번 정의윤에게 바라는 것은 홈런이 아니다. 시즌 초반 꽉 막힌 득점력을 끌어올리는데 정의윤의 클러치 능력이 필요하다. 정의윤 본인도 "홈런에는 큰 욕심이 없다. 올시즌 내 목표는 타점을 쌓아 올리는 것"이라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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