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후 설 전 부회장은 정 회장의 동업자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됐다. 복수의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설 부회장은 지분이 없었음에도 그동안 오너 일가와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였다"면서 "(정몽구 회장에게는) 동업자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이런 설 전 부회장이기에 지난 4월 퇴진은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재계에도 상당한 충격을 줬다. 현대차그룹측은 "(설영흥 부회장이) 후배를 위해 용퇴의 뜻을 전해와 사표가 수리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들은 "(설영흥 부회장의 퇴진은) 정말 뜻밖이었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용퇴'라는 표현을 썼지만,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Advertisement
중국은 2009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소득 증대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서부 내륙 지역에서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생산능력과 판매망을 늘리며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2011년과 2012년에는 소폭 성장하는데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동기 대비 16.5%나 증가했다. 정 회장이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GM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Advertisement
그런데 시진핑 주석 체제로 접어들면서 4공장 건설이 지지부진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설 전 부회장의 ??시가 시진핑 체제에서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정몽구 회장이 수행했는데, 그 무렵 재계에 설 부회장 퇴진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중국 방문 즈음해서 시진핑 체제에서 설영흥 부회장의 ??시가 통하지 않는 것을 알고 정 회장이 설 부회장을 내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런 소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더니, 결국 1년이 안된 지난 4월 설 부회장이 퇴진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설 전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동업자 개념이었기에 재계에 떠돌던 소문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봤다"면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대체적으로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후 설 부회장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쫓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CEO를 수시로 교체해 '럭비공 인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 정몽구 회장이 그나마 중국 사업의 중요성 때문에 1년 가까이 참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럭비공 인사' 정몽구 회장, 설영흥 전 부회장 복귀 가능성 배제 못해
설 전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그룹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다른 대기업처럼 최고경영자(CEO)를 했던 임원에게 2년간 고문 자리를 주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퇴진 조건으로 설 전 부회장에게 현대차 부품 하청을 맡겼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설 전 부회장의 자리는 중국사업총괄 담당 사장으로 승진한 최성기 베이징현대 부사장이 이어받았다. 최 사장은 오랫동안 설 전 부회장을 도와 중국 사업을 함께 했다. 그럼에도 ??시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과연 최 사장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럭비공 인사'가 다시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2008년에 퇴직한지 10년 된 김용문 전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그룹 기획조정실장(부회장)으로 불러들이는 등 수시인사 방식의 용병술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설 전 부회장의 복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지난 2월에도 리콜 등 품질현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3개월 만에 복귀시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사직하더라도 휴대폰 번호를 절대 바꾸면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 언제 다시 연락이 와서 복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있는 정 회장이 설 전 부회장을 다시 불러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완제기자 jwj@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