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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팀의 시즌 전력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던 시기. KIA에 대해서는 '선발 왕국'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내부 평가에서도 "선발에서는 어떤 팀과도 해볼 만 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있었다. 애초부터 양현종-데니스 홀튼-김진우-송은범까지의 '4선발 로테이션'은 확정돼 있었고, 5선발은 베테랑 서재응과 좌완 박경태, 임준섭의 무한 경쟁을 통해 정한다는 방침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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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4개월이 흘렀다. KIA의 전력에 관한 스프링캠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선발 왕국'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KIA의 투수진 평균자책점은 9일 현재 5.87이다. 9개 팀 중 공동 7위. 꼴찌에서 두 번째다. 에이스 양현종 외에는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발이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현 상황이 벌어지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시범경기에서 발생한 김진우의 부상이었다. 사실 김진우는 캠프 기간에는 오히려 양현종이나 홀튼보다 더 큰 기대를 받았던 선수다. 타고난 신체 조건과 힘을 가진데다 지난해 말 결혼식을 올린 뒤 한층 더 성숙해진 정신력까지 겸비해 선 감독의 기대를 듬뿍 받았다. 김진우 스스로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다. 15승에 제대로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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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에서 로테이션 구상은 전부 헝클어졌다. 또 다른 선수들의 부담감도 커졌다. 양현종과 홀튼은 기대대로 호투해줬지만, 김진우의 이탈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된 사람은 송은범이었다. '3선발'의 중요한 임무를 맡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너무 강하게 하다보니 마운드 위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잃는 결과가 초래됐다. 좋은 공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운드 위에서는 가슴이 작아지기만 했다. 급기야 어깨 부상을 당해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시즌 막판에나 복귀가 예상되는 적지 않은 부상이다.
5월 들어 드디어 김진우가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한 이후 선동열 감독은 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목표는 역시 '선발 경쟁력 강화'에 있다. 송은범의 부상 이탈까지 겹치며 '선발진 약화'문제가 커졌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팀이 순위경쟁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옳은 결정이다. '불펜 난조'가 고질적 문제이긴 해도 선발이 우선 안정돼야 불펜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실마리가 나온다.
그래서 선 감독은 한승혁이나 신창호 등 그간 선발로 뛰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가끔씩 주고 있다. 양현종과 홀튼 김진우 임준섭으로 4선발을 꾸려가고 있는데, 5선발 자리에 구멍이 생겼다. 어떻게든 메워야 한다. 그래서 한승혁, 신창호를 일단 시험해봤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두 투수 모두 보완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선 감독은 이 임무를 김병현에게 주려고 한다.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김병현이 이적후 첫 선발등판한다. 성공확률은 50%다. 어차피 '잘 하거나' 혹은 '못 하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홀튼에게는 휴식 관리가 필요하다. '5일 휴식'에만 익숙해져 있다. 최근 3년 정도 '4일 휴식'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부상 경력과 많은 나이를 감안해서였다. 하지만 현재 KIA는 이런 휴식을 만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결국 반신반의하면서 8일 LG전에 투입했는데, 여지없이 난타당했다.
'5인 로테이션' 상에서는 어떤 투수든 반드시 일주일에 두 차례 등판하는 순간이 온다. 화요일에 던지고 4일 휴식 후 일요일에도 나가야 한다. 홀튼도 마찬가지다. 결국 해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홀튼이 화요일 경기에서 투구수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빨리 4일 휴식 패턴에 적응해 일요일 등판 때도 구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해도, 가장 편한 해법이다.
두 번째 해법은 '스윙맨'을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6선발로 나오고, 때로는 롱릴리프가 될 수 있는 투수다. 이건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효과는 극적이다. 선발과 불펜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선 감독이 김병현을 10일 한화전에 선발로 투입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병현이 잘 던져준다면 선발로서도 활용가능성이 생긴다. 이건 선발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KIA에는 크나큰 호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