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가나전 0대4 대패의 충격은 한국 축구팬들에게만 큰 것이 아니었나봅니다. 한국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대결을 펼치게 될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에도 아주 큰 인상을 남긴 것 같습니다. 동시에 '아시아의 맹주'로 여겨지던 한국 축구의 위상이 이 정도로 떨어졌나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와 이투, 소로카바, 벨루오리존치에서 한국의 상대팀들을 취재하며 들은 얘기들이 한국 축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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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각) 한국의 1승 상대로 꼽히는 알제리의 베이스캠프를 취재하던 중이었습니다. 알제리 일간지 에쇼르쿠 엘유미의 아마라 투픽 기자와 얘기를 나누다 평가전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는 "한국 축구가 왜 이렇게 떨어지고 있나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K-리그 팀들이 잘하고 있는데 대표팀은 갈수록 성적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다음말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의 3위잖아요. 알제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웃음)."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이란(43위)과 일본(46위)에 이어 아시아 3위(57위)에 머물러 있는 있는 것은 맞지만, 8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국가입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알제리에게 이런 평가를 받다니….
16일 벨루오리존치에서 훈련을 시작한 벨기에를 취재하던 중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벨기에 축구 전문지인 풋볼 그란트의 요한 윌키르스 기자도 가나전을 화제로 질문을 하더군요. "한국의 중앙 수비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예전에 강하던 모습이 어디로 갔나요?" 그러면서 한국의 중앙 수비수가 튀니지전에서 부상을 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수비진의 부진의 원인을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부상에서 찾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가나전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사실은 모르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홍정호가 벨기에전에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지를 묻길래, 무시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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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러시아 캠프에서의 얘기입니다. 홍명보호가 쿠이아바에 입성하기 전까지 러시아 취재진은 한국의 이구아수 훈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지역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는지도 관심이 없더군요.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국을 취재하지 않는 이유 말입니다. 러시아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익스프레스의 드미트리 시모노프 기자가 답을 해줬습니다. "관심 있는 상대국은 취재하는데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큰 관심이 없다"였습니다. 그러면서 "벨기에에는 유명한 선수들이 많아서 많이 취재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무시하거나, 무관심이거나. 조별리그 H조 상대국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평가전 패배가 한국 축구에 대한 이미지를 추락시켜버린 것일까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도 "무관심이 더 좋다"고 했습니다. 무관심 속에서 한국이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면 그들이 뱉어낸 말들이 조금은 부끄러워지겠죠.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입니다. '진짜 무대'는 월드컵 본선입니다. 월드컵대표팀이 상대국들의 콧대를 확실히 꺾어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다시 회복시켜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화이팅!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