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 국민들이 선수들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보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브라질월드컵에서 받아든 부진한 성적표에 실망한 한국축구 팬들을 향했다. 그러나 그에게 날아온 것은 '격려'가 아닌 '엿'이었다.
30일 홍명보호의 조촐한 해단식이 열린 인천공항 귀국장. 일렬로 서서 사진촬영을 마친 코칭스태프와 23명의 태극전사들이 해산하려는 순간 취재진 사이에서 한 팬이 불쑥 나타났다. 그러더니 준비한 종이봉투에서 많은 양의 '엿 사탕'을 던졌다. 이 팬은 "국민에게 '엿'을 먹여 '엿'을 던진다"라고 했다.
가뜩이나 가라앉아있던 귀국장의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고개를 떨군 선수들은 작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 때 몇몇 소녀 팬들은 "잘했어요. 고생하셨어요"라고 외치며 격려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엿을 투척한 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공항을 벗어날 때까지 '한국축구는 죽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뒤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레버쿠젠)은 "엿 먹어야 하나요…"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한국축구의 씁쓸한 현실이었다.
홍 감독은 사기가 떨어진 제자들을 끝까지 독려했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우리 팀이 성공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선수들한테는 실패만 남는 대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도 있다. 소속 팀에 돌아가서 많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캡틴' 구자철(마인츠)은 아쉬움을 먼저 전했다. 구자철은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느낀 압박과 중압감이 생각보다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구자철은 "소중한 경험을 얻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이 경험들이 4년 뒤 러시아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라며 "이 경험을 잊지 말고, 4년 후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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