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코치님, 중근이 어깨에 수건 좀 대주세요."
LG 트윈스의 후반기 놀라운 상승세의 중심에 양상문 감독의 지도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투수 출신인 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LG는 팀 마운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선수들의 상태를 세심히 살피고 적재적소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양 감독의 세심함은 사소한 일에도 드러난다. 선수들의 몸상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22일 잠실구장에서 나타났다. 이날 LG 선수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근위축증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병규(9)와 박용택 손주인 그리고 봉중근이 훈련을 마치고 나란히 얼음물을 뒤집어 쓰기로 했다.
그런데 양 감독은 이 가운데 봉중근이 포함됐다는 얘기를 듣자 갑자기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불렀다. 그리고는 "중근이가 얼음물을 쓰기 전에 미리 어깨를 보호해달라"고 지시했다. 김 코치는 서둘러 봉중근을 따로 불러 투수들이 공을 던진 후에 하는 '아이스 패드'를 대줬다. 연습복 안쪽에 어깨 보호패드를 한 봉중근은 시원하게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자선행렬에 동참했다.
후에 양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취지에서 하는 행사이니 내가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투수의 어깨는 민감하다. 갑자기 냉기가 닿으면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 김 코치에게 미리 봉중근의 어깨를 보호해줄 것을 지시했다."
적절한 조치였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훈련을 한 뒤에는 체온이 올라가 있는 상태다. 거기에 찬 물을 뒤집어 쓰면 근육이 위축될 수도 있다. 특히 봉중근은 나이도 있고, 수술 경력도 있어서 미리 조심하는 게 좋다. 그래서 보호 패드를 착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세심한 선수관리의 단면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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