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틀'을 깼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23일 경남전에서 주력 대부분을 뺐다. 그라운드에 새로운 밑그림을 그렸다. 줄곧 고수해왔던 4-2-3-1 포메이션을 버리고 '스리백'에 기반한 3-4-3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경기서 포항은 경남과 0대0으로 비겼다.
포항의 로테이션 전략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분이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한계치를 넘나들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현재까지 베스트11에 큰 변화가 없다. 외국인 선수 없이 한 시즌을 보내야 하는 스쿼드가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배천석 조찬호 고무열 김태수 등 주력 자원이 부상하고 이명주가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으로 이적하면서 공백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전반기의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최근엔 전북전 완패에 이어 서울전 무승부로 하락세를 여실히 드러났다. 황 감독은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상황이다. 승부를 걸어야 할 타이밍인데, 쏟아부을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포메이션 변화를 경남전에서 실행에 옮겼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백업 골키퍼 김다솔에 배슬기 김준수 길영태를 나란히 세운 스리백은 무실점으로 탄탄한 모습을 선보였다. 좌우 측면에 선 문창진 박선주의 오버래핑과 공격 가담, 중앙에 선 손준호 박준희의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유창현을 축으로 신영준 강수일을 측면에 배치한 스리톱은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을 드러냈다. 수비와 중원의 힘은 여전하다는 점에 위안을 얻었지만,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골 결정력 부재도 재확인했다. 황 감독은 "생소한 전술임에도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몰입도가 상당히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항이 또 변화를 택할지가 관심사다. 포항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서울과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 나서야 한다. 지난 20일 첫 맞대결에서는 경기를 주도했으나, 결실이 없었다. 이미 패를 한 번 펼쳐보인 만큼 변칙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익숙함을 버리는 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황 감독은 "서울과는 올 시즌 3~4경기를 했다.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계속 전술을 바꿀 것은 아니다.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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