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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처럼 그라운드는 변덕이었다. 오락가락한 비는 후반 15분 다시 내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답답했던 그라운드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태극전사들이 세차게 몰아치는가 싶더니 북한이 응수했다. 후반 28분 박광룡의 헤딩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관중석이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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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긋지긋하게도 골망은 열리지 않았다. 연장 후반 3분 '비빌병기' 김신욱(26·울산)이 투입됐다. 파상공세가 펼쳐졌지만 골운은 없었다. 경기장 대형스크린의 시간은 마침내 연장 후반 15분을 가리켰다. 그순간 거짓말처럼 골망이 흔들렸다. 북한의 골문이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임창우(22·대전)의 오른발 슈팅이 골라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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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북한을 1대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1970년(방콕)과 1978년(방콕) 대회에서 공동 우승했다. 1986년(서울)에는 사상 첫 단독우승의 환희를 일궈냈다. 그러나 이후에는 단 한번도 결승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1990년 베이징(3위), 1994년 히로시마(4위), 2002년 부산(3위), 2006년 도하(4위), 2010년 광저우(3위) 대회에선 4강에서 멈췄다. 1998년 방콕에선 8강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돌고, 돌아 인천에서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28년 만의 환희였다. 금자탑은 또 있었다. 4차례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한국 축구는 최다 우승팀인 이란(4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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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길은 험난했다. 손흥민(22·레버쿠젠)의 차출 실패가 신호탄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두 명의 주축 공격수를 잃었다. 김신욱(26·울산)과 윤일록(22·서울)이 부상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는 곁을 떠나지 않았다.
'병역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군대'에 대한 이야기도 일절없었다. 모두가 마음을 비웠고, 마침내 아시아 정상에 섰다. 2002년 부산 대회부터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생긴 후 3장의 와일드카드가 동시에 도입됐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와일드카드 삼총사는 '잔혹사'를 마감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이광종호에는 '우리'만 있을 뿐 '나'는 없었다.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비결이다. 그들의 투혼은 눈부시도록 빛이 났다.
인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