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가 한국거래소 석유 현물 전자상거래를 통해 장내에서 장외보다 비싸게 휘발유를 공급하고도 거액의 세금 환급 혜택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3월 도입된 한국거래소 석유 현물 전자상거래가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태환 의원(새누리당)이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거래소 석유 현물 전자상거래(이하 석유현물시장)를 통해 4대 정유사가 판매한 휘발유의 평균 공급가격은 ℓ당 1774.4원이다.
정유사의 장내 평균 휘발유 공급가격은 같은 기간 장외에서의 가격(ℓ당 1780.2원)보다 5.8원 싸다. 그러나 장외 공급가격과 달리 석유현물시장 공급가격에는 배송비(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배송해주는 비용)가 포함되지 않았다.
평균 배송비가 ℓ당 7∼8원인 점을 감안하면 4대 정유사의 휘발유는 장외보다 장내(석유현물시장)에서 오히려 ℓ당 2원가량 비싸게 팔린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정유사를 제외한 다른 정유사들의 장내 평균 휘발유 공급가격은 1736.6원으로, 배송비를 더해도 장외 평균 공급가격보다 35원 이상 저렴했다.
김 의원은 "4대 정유사의 휘발유가 장외 공급가격보다 비쌌음에도 석유현물시장에서 거래됐던 건 상당 부분 경쟁매매가 아닌 협의매매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협의매매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사전에 오프라인에서 가격을 결정한 뒤 실제 거래는 거래소 석유현물시장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4대 정유사는 이 기간에 석유현물시장에서 모두 15억ℓ의 석유제품을 거래했는데 이중 66%(약 10억ℓ)를 협의매매로 거래했다. 4대 정유사는 석유현물시장을 통해 거래함으로써 최근 1년간 183억원의 세금을 환급받았고, 122억원은 협의매매에 따른 세금 환급이었다. 김 의원은 "석유현물시장은 경쟁매매가 원칙임에도 4대 정유사의 경쟁매매 비중이 약 35%에 그쳤다"며 "4대 정유사가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석유현물시장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석유현물시장을 이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세금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실제 유가 안정화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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