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 가요계가 실력파 남성 뮤지션들에 의해 점령 당했다.
수년 동안 가요계가 아이돌 그룹과 걸그룹 위주로 돌아갔는데, 올 가을 만큼은 기존 흐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 음악의 흥행세가 꺾이는 시기가 과연 언제일까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조심스럽게 올 가을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남성 뮤지션 대세론은 '문화 대통령' 서태지, '음유 시인' 김동률 그리고 '자유 영혼' 장기하 등이 3각 편대를 이뤄 이끌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은 각기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만큼 가요계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음원 차트에 변화의 바람을 가장 먼저 몰고 온 주인공은 김동률. 지난 1일 공개된 김동률의 정규 6집 '동행'은 일명 '차트 줄세우기'를 기록하며 '듣는 음악'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타이틀곡 '그게 나야'가 공개와 동시에 각종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청춘' '고백' '내 사람' '그 노래' 등 다수의 곡이 톱 10에 올랐다.
특히 타이틀곡 '그게 나야'를 비롯해 대부분의 수록곡들이 김동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존 아이돌 음악이 차트 1위에 오른 것과는 의미 자체가 달랐다.
지난 15일, 3년 4개월 만에 정규 3집을 발표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역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타이틀곡 '사람의 마음'은 '장얼 표 국민 퇴근송'으로 불리며 무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을 장기하가 작사, 작곡을 했으며 장기하와 얼굴들이 편곡을 맡았다.
선공개곡인 '내 사람'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장기하가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자유분방한 춤사위를 6분여간 보여줘 "역시 장기하"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남성 뮤지션 열풍의 가장 큰 바람은 서태지가 몰고 왔다. 16일 공개된 9집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은 단숨에 멜론, 올레뮤직, 지니, 벅스 등 10개 차트를 '올킬'시켰다. 선공개곡 '소격동'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한 서태지는 '크리스말로윈'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뽕끼' 멜로디를 가미해 대중의 귀를 쉽게 사로잡았다.
여기에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노래말은 왜 서태지가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김동률, 서태지, 장기하는 자기의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불러 인기를 얻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 뿐만 아니라 공연형 가수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11월 1일 부산을 시작으로 9개 도시 전국 투어 콘서트에 돌입하는 김동률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반드시 봐야 할 공연'으로 꼽히고 있다. 오는 18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을 여는 서태지는 80m에 달하는 초대형 무대와 최고의 음향 시설로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공연을 예고했다.
관객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기로 소문난 장기하 역시 23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전주, 부산을 순회하는 전국투어를 실시한다.
아이돌 가수들이 장기간 가요계를 집권하던 시절에도 실력파 남성 뮤지션들은 신곡 발표와 공연으로 나름의 인기를 지켜왔다. 하지만 올 가을 남성 뮤지션들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컴백을 하며, 대중이 즐겨듣는 노래의 흐름까지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요즘 가요 차트를 보면 이제야 가요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록부터 일렉트로닉, 힙합, 댄스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가 차트 상위권에 올라와 있어 이미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K-POP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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