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PO] LG '주루추월' 사고, 최태원 코치 잘못 아니다

by
넥센과 LG의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만루 LG 이병규가 1타점 역전타를 치고 홈에서 접전이 벌어지는 사이 2루주자 박용택을 추월하고 있다. 이병규는 태그아웃 처리됐다.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7/
Advertisement
"순간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려했는데…"

Advertisement
프로야구 코치. 화려한 무대 뒤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다.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묵묵히 애쓰는 존재다. 멋진 장면이 나오면 선수들이 박수를 받지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코치들이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마땅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

LG 트윈스 최태원 주루코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전임 김기태 감독 시절부터 3루 코치 박스에서 선수들의 주루플레이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7일 밤, 최 코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플레이오프 1차전 3회초에 나온 LG 선수들의 황당한 '역주행-추월' 본헤드 주루플레이 때문이다.

Advertisement
주루플레이 책임자로서의 아쉬움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 대한 팬들의 비난에 가슴이 아팠던 게 깊은 한숨의 원인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납득하지 못할 주루플레이는 사실 최 코치로서도 막기 힘든 사고였다. 최 코치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상황은 최 코치의 통제를 벗어나버렸다. 대체 당시 그라운드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최 코치의 눈으로 상황을 재구성했다.

박용택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든 3회초 LG 공격. 계속된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에서 타석에 나온 4번 타자 이병규(7)가 넥센 선발 소사와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좌중간 외야를 완전히 가르는 적시타를 때렸다. 타구와 조금 더 가까운 쪽에 있던 넥센 중견수 이택근이 팔을 뻗었지만, 절대 잡을 수 없는 타구다.

Advertisement
3루 주자 정성훈은 아주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는 OK. 문제는 2루 주자였던 김용의로부터 비롯됐다. 2루에서 스킵 동작을 취하다 돌아서서 타구 방향까지 본 건 좋았다. 그 자리에서 타구가 떨어지는 것까지 보고 홈으로 뛰었어도 충분했다. 그런데 김용의는 갑자기 다시 2루로 돌아가려고 했다. 이택근이 타구를 직접 잡는다고 생각했을까. 큰 판단 미스였다.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만루 LG 이병규의 좌중간 2루타 때 2루주자 김용의가 홈에서 태그아웃 된 후 허탈해하고 있다.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선발로 LG는 우규민을 넥센은 소사를 내세웠다.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0.27/
결국 김용의는 2루로 돌아가려다가 다시 3루쪽으로 달려왔다. 하필 그때 이택근이 기막힌 펜스플레이를 했다. 원바운드로 펜스에 맞고 튄 타구를 살짝 점프하며 오른손으로 그대로 잡아 곧바로 홈쪽으로 던졌다. 군더더기 없는 송구였다.

Advertisement
여기서 최 코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긴박하고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김)용의가 2루로 갔다가 다시 3루로 뛰어오는 순간, 홈 승부는 이미 늦었다. 넥센의 펜스플레이와 중계가 워낙에 잘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의를 3루에 세울 수도 없었다. 박용택이 이미 2루에 다 와있었고, 이병규도 1루를 지난 게 보였다."

여기서 최 코치는 '선택'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김용의가 아웃이 되더라도 홈으로 뛰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되면 뒷 주자들은 살 수 있었다. 만약 김용의를 세우면 뒤 주자들이 교차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었다." 최 코치가 뒤늦게 3루로 뛴 김용의에게 홈까지 달리라고 팔을 돌린 첫 번째 이유다.

최 코치는 결국 좀 더 득점 확률이 높은 상황을 선택한 것. 그는 "만약 송구가 정확해 김용의가 홈에서 아웃되더라도 1사 2, 3루의 상황이 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러면 뒤 타석에 있는 이진영-스나이더 쪽으로 좋은 기회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또 홈송구가 조금만 벗어났다면 김용의까지 득점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홈까지 뛰라고 했는데,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타자주자 이병규도 선행주자를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분명 최 코치가 선수들을 탓하는 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갑자기 이뤄지다보니 작은 실수가 겹쳐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게 아쉬울 뿐이다. 최 코치는 "현장에서는 늘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부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주루플레이는 너무나 아쉬운 결과였지만 선수들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 2차전 때는 더 정교한 주루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