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픔, 정성룡(29·수원) 홀로 감당해내기엔 가혹했다.
알제리전 4실점은 혼자 만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화살은 최후의 보루였던 그를 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메시지도 화근이었다. '응원해주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더 진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다 같이 퐈이야∼∼∼∼♡'라는 글은 삽시간에 네티즌의 집중포화로 돌아왔다. 눈물 속에 찾은 긍정의 다짐이 나태함으로 왜곡됐다. 충격이었다. 한동안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웃음을 지웠다. 집-훈련장만 왔다갔다했다.
절치부심 끝에 선 그라운드, 목숨을 걸었다. 볼을 잡을 때마다 등 뒤에서는 "퐈이야~"라는 상대 팬들의 조롱 구호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정성룡은 강해져 있었다. 월드컵 전까지 치러진 K-리그 클래식 12경기에서 12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1골을 내줬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복귀 후 20경기서 19실점(경기당 평균 0.95골)의 '0점대 방어율'로 수원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퐈이야 퐈이야' 하는 것은 그만큼 내게 관심이 많다는 의미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매일 해줬으면 좋겠다. 아직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잃었던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엄지를 세웠다. 11월 A매치 명단 발표 직전 열린 지난 1일 울산-수원전이 결정적이었다. 슈틸리케호의 넘버원 수문장 김승규(24·울산)는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태극마크를 뗀 정성룡은 잇단 슈퍼세이브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성룡은 브라질월드컵 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성룡은 그라운드 위에서 스스로 가치를 증명했다"고 11월 A매치 명단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정성룡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월드컵, 아시안컵, 올림픽 등 굵직한 무대를 모두 거쳤다. 최근 수원에서 다진 기량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A매치는 다른 무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떨어진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다.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브라질월드컵 뒤 세상이 바뀌었다. 경쟁자는 '넘버원' 김승규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5일 파라과이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장거리 원정을 가는데 2명 중 한 명이 부상하면 대체요원이 없다. 그래서 3명을 불렀다"며 정성룡 발탁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땀으로 눈물을 지웠다.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짊어진 정성룡에게 중동 원정 2연전이 명예회복의 무대가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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