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사령탑에서 물러났지만 이만수 전 감독은 여전히 바쁘다.
이 감독은 지난 12일 야구 보급을 위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떠났다. 올해 초 지인을 통해 라오스 야구단 얘기를 들은 이 감독은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고, 구단주가 됐다. 당시 시간이 나면 라오스로 날아가 선수들을 지도하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올시즌을 마치고 SK 감독에서 물러난 이 감독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오스로 향했다.
기술 훈련을 시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감독은 라오스 야구협회 창설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감독은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라오브라더스야구단 선수들을 한국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도하면서 야구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허름한 축구장에서 선수들을 처음 만난 이 감독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선수들은 이 전 감독이 보내준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달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봉사자들로부터 야구를 배우면서 실력이 깜짝 놀랄 정도로 올라와 있었다. 이 감독이 직접 친 외야 펑고까지 잘 잡아냈다. '야구를 전혀 모르는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칠까'하고 고민했던 이 감독은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경기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한국인팀, 일본인팀을 섭외해 경기 일정까지 잡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코치 중에는 7시간 거리에서 차를 몰고 오시는 분도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여기서 배우고 있는 선수들이 15명 밖에 안된다"며 "12월에 선수들을 공개모집하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감독이 직접 본 라오스의 야구현실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이제 야구가 걸음마를 떼고 있으니 당연히 야구장이 없다. 축구가 인기있어 축구장은 있는데, 좋은 축구장은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 잔디 상태가 안 좋은 C급 축구장을 빌려 쓰고 있다. 그것도 사용료가 싼 오후 2∼4시에 빌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무더위 때문에 일반인들이 쉬고 있을 때 선수들은 땀을 흘려야 한다. 이 전 감독이 온 후 일주일에 이틀을 훈련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번 밖에 훈련을 하지 못한다. 이 전 감독은 "현재 공사중인 야구센터가 완공되면 선수들이 장소 때문에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라오스 체육 관계자를 직접 만나면서 야구협회 창설 준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지 사업가들의 도움으로 각계 주요 인사를 만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주 라오스 김수권 대사를 만나 협조를 부탁했고, 라오스의 교육체육부의 관계자도 만나 협회 창설을 논의했다. 전 체육장관에게 명회회장직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제 야구를 시작하는 1세대는 당연히 잘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를 재미있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면서 "1세대가 야구를 하면서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이들을 따라서 야구를 할 2,3세대들은 전문 야구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최고의 야구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 감독은 지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라오스에서 야구와 씨름하고 있다. 이 감독은 당분간 라오스에 머무를 예정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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