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영화 배급시장은 삼국 아니, 사국시대였다. CJ 롯데 쇼박스가 삼분하던 시장에 2010년 NEW가 가세하면서 4분할로 자리잡은지가 4년째다. 하지만 이 배급 지형에 다시 조그마한 변화가 탐지되고 있다. 소규모 배급사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영화 배급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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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0월 배급사별 점유율은 20세기 폭스 코리아가 '나를 찾아줘'의 흥행 덕분에 24.7 %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배급한 씨네그루 다우기술(15.7%)이 올랐다. 3위는 '제보자'를 배급한 메가박스 플러스엠(13.7%)이었고 4위와 5위는 유니버설(10.9%)과 워너브러더스(7.5%) 등 해외 직배사들이 차지했다. 워너브러더스는 '인터스텔라'의 선전으로 11월에는 1위가 거의 확정적이다.
1위부터 5위까지 4대 배급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씨네그루와 메가박스 플러스엠 등 소규모 배급사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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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14년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대형 배급사들의 점유율이 높다. CJ가 26.8%로 1위, 롯데가 12.8%로 2위에 올랐다. 소니(12.8%)와 20세기폭스(9.3%)가 3위와 4위이고 쇼박스와 NEW가 8.7%와 7.9%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비긴어게인'을 수입배급한 판씨네마가 9위(2.2%)에 올라 있고 '타짜-신의손'을 배급한 싸이더스픽쳐스도 1.8%로 10위에 턱걸이했다.
이처럼 소규모 배급사들의 선전은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3대 배급사에 이어 2008년 NEW가 가세했을 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NEW는 철저히 흥행성에 기초한 영화를 선정해 배급했고 그 결과 2011년 한국 배급시장 3위, 2013년에는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NEW의 성장은 최근 소규모 배급사들의 등장에 자양분을 깔아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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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3일 개봉한 '카트'는 영화제작가협회와 명필름 청어람 주피터필름 등 10개 영화제작사들이 손잡고 만든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에서 배급을 맡았다. 리틀빅픽쳐스는 1년에 3편 정도의 영화 배급을 목표로 첫 걸음을 내디뎠고 '소녀괴담'에 이어 두번째 작품으로 '카트'를 배급했다. 때문에 4대 배급사에 비해 배급력은 절대적으로 약하다. '카트'는 지난 22일에도 389개관을 잡는데 그쳤고 그나마도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는 심야시간대에나 배치돼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카트'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62만 2963명을 모으며 천천히 100만 관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좋은 영화라는 입소문 만으로 찾아보는 관객들이 많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성과다. '카트' 를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10개 제작사가 같이 힘을 모아서 만든 배급사다. 영화 배급이 특정 기업에 편중되기 보다는 상생해야한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 어려운 길이지만 뚫고 나가보려고 한다"며 "물론 기존 대형 배급사와도 같이 간다. 요즘은 리틀빅픽쳐스 말고도 여러 소규모 배급사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다양해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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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배급사들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한국 영화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형 배급사와의 전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해야한다는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