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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구로다의 결단, 코리안 메이저리거도 본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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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양키스에서 활약하던 구로다 히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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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다. 늘 '의리'를 외치면서도 뒤에서 배신의 모닥불을 피우는 게 흔한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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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의리는 그 혼탁함 속에서 더 빛을 발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거액 제안을 고사하고, 자신을 키워준 친정팀 히로시마로 돌아온 일본인 투수 구로다 히로키(39)가 바로 그렇다. 현재 일본에서는 구로다의 진정성에 대한 감동의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구로다는 올해 뉴욕 양키스에서 11승9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한 뒤 FA자격을 얻었다. 비록 내년에 만 40세가 되는 노장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구로다는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선수로 평가받았다.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3점대의 안정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기 때문. 어떤 팀에 가든 2~3선발로는 빼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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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구로다의 몸값은 1800만달러(198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구로다는 이런 제안을 고사하고 친정팀 히로시마 카프로 돌아갔다. 지난 27일 연봉 4억엔(약 37억원)에 히로시마와 1년 계약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 구로다는 '친정팀' 히로시마와의 의리를 생각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일본으로 돌아가 히로시마에서 보내겠다"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구로다가 전한 묵직한 메시지는 일본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구로다의 유니폼, 히로시마 연간 지정석 판매 문의가 빗발친다. 언론에서도 구로다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커질 조짐이다.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3연속 퀄리티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2승을 챙겼다. LA다저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 했다. 류현진은 6이닝 6안타 9삼진 3실점 했으며, 타석에서도 3타수 3안타를 선보이는 맹활약 끝에 승리 투수가 됐다. 3회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밝게 웃고 있는 류현진.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4.14
이런 현상은 국내 프로리그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다. 점차 국내 프로리그를 거친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류현진이 포스팅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LA다저스에서 뛰고 있고, 윤석민도 FA로 볼티모어와 계약해 올해 마이너리그 수업을 받았다. 또 강정호 역시 포스팅을 거쳐 피츠버그와 입단 협상 기간중에 있다.

류현진과 윤석민 그리고 강정호는 각자 소속팀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스타들이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또 프로 데뷔후 계속 한 팀에서만 뛰어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래서 이들의 이름 옆에는 늘 소속팀의 이미지가 함께한다. 류현진과 한화 이글스를 떼어놓을 수 없고, 윤식민은 영원한 KIA의 에이스로 여겨진다. 강정호 역시 히어로즈의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강정호의 경우 소속구단이 해체와 인수 등을 거쳐 현대 유니콘스에서 넥센 히어로즈로까지 바뀌었지만, 정체성은 한 팀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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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승승장구한 뒤에 현역의 마무리를 각자 친정팀에 돌아와 보내는 것이 팬들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보답이 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모양이 결코 개인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이미 구로다의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구로다가 비록 당장은 금전적인 손해를 본 것 같지만, 그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명예,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향후 어떤 형태로든 구로다에게 돌아올 것이다.

사실 국내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약간 모양은 다르지만, 메이저리그를 풍미했던 박찬호가 고향팀 한화 이글스에서 현역의 마지막을 보낸 것이다. 박찬호는 2011년말 한화와 계약하며 연봉을 당시 신인 최저선인 2400만원만 받았다. 상징적인 계약이었다. 박찬호는 구단에 연봉을 위임했고, 구단은 상징적인 돈만 지급한 뒤 박찬호의 이름으로 6억원의 야구 기금을 내놨다. 박찬호는 2012년부터 2년간 한화에서 뛰면서 현역의 마무리를 국내 팬 앞에서 아름답게 장식했다. 더할나위 없이 위대한 현역의 마무리였다. 박찬호와 구로다의 선택은 분명 현재 한창 활약 중인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 후에는 친정팀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려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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